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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마유크림 업체 투자 권유' SK증권, 주의 의무 위반"

원종진 기자

입력 : 2025.11.16 11:33|수정 : 2025.11.16 11:33


▲ 대법원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마유크림 제조사에 대한 펀드 투자를 권유하면서 출자자(LP)들에게 위험 요소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다올저축은행이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16일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화장품 제조사인 비앤비코리아에 투자하고자 2015년 6월 사모펀드(PEF)를 만들고 PEF를 통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습니다.

비앤비코리아는 당시 인기를 끌던 마유크림을 제조해 화장품 기업 클레어스코리아에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2015년 4월 예비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면서 "비앤비코리아가 마유크림 ODM(제조자개발생산)사이고, 클레어스와 안정적 계약 관계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담긴 투자제안서와 재무실사보고서를 제공했습니다.

이후 다올저축은행은 20억 원을 출자해 펀드 지분 2.3%를 보유하는 LP(출자자)가 됐습니다.

그 밖에 리노스(현 폴라리스AI) 등 다수 LP를 모집해 SPC는 순조롭게 비앤비를 인수했습니다.

문제는 거래 마무리 무렵 클레어스가 자체 생산공장 신축을 추진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여기에 한중 양국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가 불거지면서 비앤비 실적이 악화했고 이후 클레어스가 자체 공장을 완공하면서 비앤비의 매출이 급감하고 자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올저축은행을 비롯한 LP들은 2018년 SK증권과 워터브릿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SK증권 등이 운용사(GP)로서 선관 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해 투자 손실을 보게 됐다는 취지였습니다.

실제 거래가 마무리되기 전인 2015년 5월 "클레어스가 자체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고, SK증권과 워터브릿지는 '판매사가 공장을 신축한다면 투심 통과가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철회할 리스크가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도 이를 LP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점을 들어 "피고들(SK증권·워터브릿지)은 이 사건 회사(비앤비)와 관련한 정보의 진위를 비롯한 수익 구조와 위험 요인에 관한 사항을 합리적으로 조사한 다음 올바른 정보를 원고(다올저축은행)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투자 대상에 대한 중요한 정보 제공 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SK증권과 워터브릿지의 다올저축은행에 대한 주의 의무 위반을 인정한 2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2심이 다올저축은행의 손해를 투자금 전액인 20억 원이라고 본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손해액은 투자금 전액이 아니라 미회수 금액(투자금-회수 금액)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PEF 청산 절차 진행 상황과 회사의 주식 가치 등을 고려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있는지를 심리하여 손해 발생 시점과 손해액을 판단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2심 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올저축은행 외에 폴라리스AI 등 다른 LP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유사한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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