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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한 20대 청년의 과로사 문제로 한국 사회가 들끓었습니다. 주 80시간 근무, 쪼개기 계약 등 각종 폭로가 잇따르며 논란은 더 가중됐는데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기울어진 한국 노동 시장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런베뮤 논란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제빵 업계를 넘어 여러 사업장에서 반복되는 불합리한 노동 환경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쟁점이 되는 건 바로 쪼개기 계약.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1년 이상 일할 경우 퇴직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데요.
고용주들은 이를 피하고자 11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체결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규직의 탈을 쓴 3개월짜리 단기 계약이 만연한데요.
특히 현장에선 배움이 필요한 업종에서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많은 고용주는 테스트기간이라는 명목으로 단기 계약을 들이밀고 그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단기계약을 맺거나 새 사람을 뽑습니다.
단위가 3개월인 이유는 3개월 미만 근로자는 당일 해고가 가능하고 한 달 치 임금에 해당하는 해고 예고 수당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류호진/ 노무사 :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데 갔는데 3개월짜리 계약서 쓰는 데 어마무시하게 많습니다. 근데 그걸 써도 지원자들은 왜냐 여기 가고 싶으니까. 근데 그거 자체를 문제 거는 사람은 당연히 없죠. 나중에 혹시 찍힐까 봐.]
또 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 이상 계약직으로 근무할 경우 고용주는 그 근로자를 무기계약 즉 기간 제한 없이 고용이 보장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하는데요.
이 조항을 악용하면 고용주는 2년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1개월짜리 단기 계약을 23번 체결하더라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미비한 법을 보조하는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 또한 무기계약을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라고만 제시하고 있고 실상 법원에서는 가이드라인을 거의 참고하지 않아 큰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안은 출퇴근 기록 의무화.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이를 보관해야 하는 의무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주 40시간이라는 상한만 존재할 뿐 이를 기록하는 건 강제하지 않습니다.
근무시간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증거인 출퇴근 기록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빠져있는 거죠.
이 때문에 연장 근로 수당을 받아야 하거나 과로사를 입증해야만 할 때 근로자 측은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많은 기업에서는 계약 시 연장 근로에 대한 여러 조건을 걸어두는데요.
상급자에게 연장 근무를 승인받지 않았다거나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했을 경우 등 예외 조항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법망을 교묘히 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번 런베뮤 논란은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한 논의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렸는데요.
연장, 야간, 휴일 근로 수당을 월급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을 유발한다는 겁니다.
근로 시간 의무화와 포괄임금제 금지 조항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된 상태이지만 통과 후 시행 유예 기간까지 고려하면 본격적인 적용까지는 통상 수년은 걸릴 것으로 보는데요.
법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의 개입 이전에 고용주와 근로자 간에 신뢰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순간에도 어떤 사업장에서는 반복되고 있을 부당한 근로, 모든 근로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바뀌어야 할 부분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