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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예상 못한 채 피해자에 무마 요구…대법 "면담강요 아냐"

한성희 기자

입력 : 2025.11.14 13:36|수정 : 2025.11.14 13:36


▲ 대법원

자신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거란 예상을 못 한 채 자신의 징계 사건과 관련한 무마를 피해자에게 부탁했다면 면담강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3살 박 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6일 확정했습니다.

공군 소속이던 박 씨는 후임병들을 네 차례 강제집합 시켰는데, 한 후임병이 이를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에게 제보했습니다.

이를 알게 된 박 씨는 2022년 5월 제보자에게 전화해 "왜 찌른 거야?"라며 따져 묻고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거 같다'라고 말을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무마해 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이에 군검찰은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또는 그 친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정한 특가법상 면담강요 혐의로 박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대법원은 우선 "이 사건 조항은 그 적용 범위를 행위자의 행위 당시 '형사사건의 수사·재판이 개시돼 진행 중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수사·재판 전의 위력 행사 등도 면담강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이 사건 조항 위반죄는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의 원활 작용 등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며 그에 해당하려면 형사사건의 수사·재판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위력 행사 등을 해야 하고, 그에 관한 고의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수사·재판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란, 범죄 혐의사실의 구체성과 경중, 피해자나 목격자 등의 존부, 피해 상황, 범죄 신고·고소·고발 등에 대한 적극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박 씨가 이미 후임병들에게 위력에 의한 가혹행위를 했다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다거나 그런 행위가 구체적으로 형사 사건화 될 예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 무죄를 선고한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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