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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에 1차 대전 때 유행병 재등장…"드론 공격에 후송 늦어져"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11.13 19:05|수정 : 2025.11.13 19:18


▲ 우크라이나 군 의료진이 부상병을 치료하는 모습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행했다가 사실상 근절된 걸로 알려진 가스괴저병이 우크라이나 군인들 가운데에서 다시 보고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습니다.

가스괴저병은 클로스트리듐이라는 혐기성 세균이 근육에 침범해 조직을 파괴하면서 가스를 만들어내는 감염 질환입니다.

이 세균은 산소가 부족한 괴사 조직에서 번식하며, 환자에게 심한 통증과 부종, 조직 변색 등을 유발합니다.

주로 깊은 총상이나 폭발 상처 같은 외상성 손상 후, 특히 의료 처치가 지연될 때 발생합니다.

우크라이나 군 의료진은 드론 전쟁으로 인해 부상병 후송이 어려워지면서 가스괴저병이 놀라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자포리자 지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자원 의료진 알렉스는 "지금까지 살아 있는 누구도 전쟁 중에 본 적 없는 종류의 부상 합병증을 보고 있다"며 "이 정도로 후송이 지연되는 상황은 지난 50년 동안, 아마 2차 대전 이후로는 없었던 일"이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습니다.

그는 "부상당한 지 몇 주가 지나서야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지하의 응급 안정화 지점에 앉아 겨우 생명을 유지한 채로 버티고 있었다"며 "학교에서만 배우던 가스괴저병을 우크라이나에서 실제로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미생물학 선임 강사 린지 에드워즈 박사는 "일반적으로 가스괴저 치료에는 수술적 괴사 조직 제거와 함께 매우 강력한 용량의 정맥 내 항생제 투여가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는 극도로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이라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고 경고했습니다.

가스괴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의관들이 직면한 끔찍한 감염병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병사들은 진흙투성이의 습한 참호와 종종 분뇨를 비료로 쓴 들판에서 싸웠는데 여기에 클로스트리듐균이 존재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싸우다 총알이나 포탄 파편에 깊은 상처를 입은 병사들이 제때 후송되지 못하면서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했습니다.

당시엔 항생제도 발견되기 전인 데다 상처 위생 관리도 초보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영국 의료 장교 알래스테어 비븐은 "역사적으로 이 병은 1차 대전 시대의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 이후로 조기 상처 절제술, 시기적절한 수술, 항생제, 개선된 상처 관리 덕분에 훨씬 드물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비븐은 "그러나 이런 모든 조치에는 의료 지원, 물류, 부상자를 신속히 이송할 수 있는 능력 등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알렉스는 "야외로 나가면 드론에 의해 살해당할 것이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라며 "생존할 수 있는 부상자들이 전장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너무 많은 이가 제때 후송되지 못해 결국 목숨을 잃는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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