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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 43일' 미국 셧다운…누가 승자인가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11.13 14:20|수정 : 2025.11.13 14:20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밤(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회에서 넘어온 임시예산안에 서명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아온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즉 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43일째인 현지시간 12일 '역대 최장' 기록과 함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내년 1월 30일까지 연방정부를 가동할 임시예산안이 지난 10일 상원 통과에 이어 이날 하원에서도 가결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까지 이뤄지면서 셧다운은 끝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첫 번째 집권 때 세워졌던 최장 셧다운 기록(35일)을 재집권 1년도 안 돼 갈아치웠습니다.

1기 때 최장 셧다운 기록은 이민 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이견으로 초래됐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셧다운 장기화로 지지율이 악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고, 의회는 장벽 건설 비용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보다 크게 낮춘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셧다운 사태에서는 자신과 공화당이 '승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끈질기게 요구해 온 건강보험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 없이 예산안이 처리됐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예산안에 끝까지 반대했지만 셧다운 장기화를 우려한 민주당의 중도파 상원의원들이 이탈하며 예산안을 처리할 길이 열렸습니다.

공화당은 민주당에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에 대한 상원 표결을 보장해주기로 했지만,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인 만큼 법안 통과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셧다운 종결과 관련해 "우리가 민주당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투'(셧다운 사태)에서는 표면상 승리했을지언정, '전쟁', 즉 내년 11월 연방 상·하원의 다수당을 결정할 중간선거까지 이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최악의 의료제도"라고 비판해 온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을 막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당장 올 연말 보조금 지급이 종료돼 보험료가 폭등하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케어' 대상자 중 보조금을 받는 국민은 2천만 명 이상으로, 보조금이 중단되면 이들의 건강보험료는 2∼3배 이상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건강보험 개혁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가 불법 이민자들에게까지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보험사들을 배 불리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보조금을 국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산안 서명식에서 "그 막대한 돈을 보험사가 아닌 직접 국민에게 지급해 스스로 건강보험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오바마 케어'라는 재앙보다 훨씬 더 좋고 훨씬 더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과 별개로 공화당 지도부로선 내부 표 단속도 과제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공화당 내에서도 온건파 의원 일부는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오바마 케어' 보조금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산안 표결 과정에서 '단일대오'를 지키지 못한 민주당은 내홍에 휩싸인 모습입니다.

지지층 일부에선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에선 이번 셧다운 국면에서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에 반대하는 공화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건강보험 이슈화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보조금 연장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더라도 그 책임은 공화당이 져야 하며 보험금 폭등에 따른 여파는 내년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읽힙니다.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싸움은 계속된다"며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건강보험 문제를 성공적으로 중요한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그 결과 미국 국민은 이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습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많은 민주당 의원은 '오바마 케어' 보조금 문제로는 전투에서 패했을지라도 공화당이 이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내년 중간선거에서 역풍에 직면한다면 자신들이 더 큰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예산안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 예산안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셧다운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제도 폐지 추진을 요구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끝낼 수 있는 정족수가 60표로 규정돼 있어 공화당이 전체 100석의 상원에서 53석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셧다운 시작 및 장기화를 막을 수 없었던 데 대한 불만을 표하며 법 개정에 대한 기대를 피력한 것입니다.

그러나 다수당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막고 토론을 통한 타협도출을 장려하기 위한 필리버스터의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는 지적이 공화당 및 트럼프 지지층 내부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 향후 민주당이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을 모두 장악할 경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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