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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학도 AI 몸살…코딩시험도 수기로, 로그기록 확인도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1.13 07:18|수정 : 2025.11.13 07:18


▲ 대학 강의실

최근 국내 일부 대학의 중간고사에서 챗GPT를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논란이 된 가운데 해외 대학들도 과제와 시험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어제(1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I와 표절(plagiarism)을 합성한 '에이아이저리즘'(AIgiarism)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해외에서는 AI 부정행위 문제가 공론화된 지 오래입니다.

옥스퍼드대는 지난 3월 영국 대학 최초로 모든 학생과 교직원에게 챗GPT 접근 권한을 전면 제공한 뒤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옥스퍼드대는 논문 개요 작성과 아이디어 제공 등에만 AI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옥스퍼드대에서 언론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영국 국적 반다(27)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AI 적극 활용을 장려하지만 반대로 AI 활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강사들도 있다"며 "시간을 들여 인터넷 백과사전을 뒤지고 스스로 공부하던 시대는 이제 끝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이 지난 6월 영국 대학 131곳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1년간 적발된 학생들의 AI 부정행위는 약 7천 건으로 학생 1천 명당 5.1건에 달했습니다.

올해 영국 워릭대를 졸업한 이 모(25)씨는 "과제를 제출할 때마다 'AI 사용 시 0점 처리된다'는 등 10가지 조항으로 이뤄진 경고문이 공지됐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는 강의계획서에 AI 활용 원칙을 명시하고 각 학과 또한 주기적으로 관련 규정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습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역시 지침에서 작문 보조와 콘텐츠 생성 등 사례별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경우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학 상당수가 AI 활용 지침을 갖추고 있지 않은 데다가 지침을 마련한 일부 대학의 경우에도 원론적 수준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외 대학 대부분이 학습 도구로서 AI의 유용성은 인정하되 이를 활용한 부정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는 아예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못 박아 AI 부정행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학교도 많았습니다.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4학년 진 모(25)씨는 최근 코딩 시험을 응시하며 컴퓨터 없이 종이에 답안을 수기로 써서 교수에게 제출했다고 합니다.

진 씨는 "온라인 수업조차도 시험은 무조건 강의실로 직접 가서 응시해야 하고 감시 사각지대가 없도록 조교들이 계속 돌아다닌다"며 "이제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고 학습에서 잘 이용도 해야겠지만 부정행위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도쿄대 4학년인 김 모(24)씨도 "대면 시험이 원칙이기 때문에 AI를 사용할 수 없고 과제의 경우에는 AI를 사용한 부분을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며 "온라인 시험은 언제나 부정행위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시험을 보더라도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철저한 대책을 내놓습니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 샌타바버라) 4학년 이 모(22)씨는 "교수가 수강생의 로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며 "AI 사용이 적발되면 정학·퇴학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해외에서는 대체로 대면 시험이 원칙이고 AI를 허용할 경우 어떻게 사실 여부를 확인했는지까지 상세히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한국 대학들이 제대로 된 대책 마련도 없이 대규모 강의의 원격 시험을 응시하도록 한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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