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 마도 해역 음파 탐사 중에 발견한 청자 다발
'바닷속 경주'로 불리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수백 년 전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난파선 흔적이 새롭게 발견됐습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태안 마도 해역을 조사하던 중 곡물과 도자기를 운반하다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古)선박의 흔적을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마도 해역은 서해의 뱃길 중에서도 예부터 험난하기로 손꼽힙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연안 뱃길을 이용해 수도로 가려면 이 일대를 지나야 했는데, 조류가 거세고 암초가 많아서 많은 배들이 난파 사고를 당했습니다.
연구소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에는 1392년부터 1455년까지 60여 년 동안 200척에 달하는 선박이 태안 안흥량 일대에서 침몰했다는 기록이 전합니다.
▲ 청자 다발 주변에서 발견된 목제 닻과 닻돌
연구소는 음파를 활용한 수중 탐사 장치로 마도 해역 일대를 조사하던 중 새로운 난파선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잠수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청자 다발 2묶음(총 87점)과 나무로 만들어진 닻, 밧줄, 볍씨, 선체 조각 일부, 화물 받침용으로 추정되는 통나무 등을 찾아냈습니다.
다발로 된 청자는 접시가 65점, 그릇(완) 15점, 잔 7점 등이었습니다.
연구소는 청자의 형태, 세부 문양 등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고려시대인) 1150∼1175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소는 이 유물이 마도 해역에 잠들어 있는 또 다른 고선박, 즉 '마도 5호선' 발견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마도 해역에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고려시대 배로 추정되는 마도 1∼3호선이 차례로 발견됐으며, 2014년에는 마도 4호선의 흔적이 나왔습니다.
연구소는 청자 다발 주변에서 목제 닻과 닻돌(나무로 만든 닻을 물속에 잘 가라앉히기 위해 매다는 돌) 등이 나온 점이 주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구소 관계자는 "유물 구성과 양상을 볼 때 마도 1·2호선과 유사하다"며 "(마도 해역에) 새로운 난파선이 묻혀있는 징후"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마도 해역 일대를 조사하는 데 주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학계에서는 마도 1호선이 1208년 개경으로 향하다 침몰한 것으로 보며 2호선은 1210년경, 3호선은 1265∼1268년경 각각 사고를 당해 가라앉았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도 해역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된 태안선의 경우, 12세기 후반에 침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연구소 측은 "새로운 '마도 5호선'이 발견되면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굴된 고려 선박 가운데 침몰 시기가 가장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연구소는 구체적인 조사 계획을 수립해 내년에 이를 규명하기 위한 발굴 조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연구소는 지난달 마도 4호선의 선체를 인양하는 작업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마도 해역에서 4번째로 조사했다고 해 이름 붙여진 이 배는 많은 양의 곡물과 함께 출발지와 목적지가 적힌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 분청사기 등이 나온 바 있습니다.
그중에는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어 당시 나주에서 거둬들인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조운선(漕運船)으로 여겨집니다.
연구소는 2015년 발굴 조사를 시작해 선체 안에 남아 있던 유물을 먼저 꺼내 보존 처리해왔고, 올해는 선체 조각과 부품 등 110여 점을 인양하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발굴 조사를 마친 조선시대 선박의 실물 자료를 확보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소는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이 배가 1420년경에 침몰했으며, 앞부분과 중앙에 각각 돛대를 설치한 쌍돛대 구조라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또 큰 나무못과 보조 못을 함께 사용한 고려시대 배와는 달리 작은 나무못을 여러 개 사용해 선체를 정밀하게 연결하고 내구성을 높인 점도 파악했습니다.
연구소 관계자는 "마도 4호선의 경우, 선체 수리에 쇠못을 사용했는데 우리나라 고선박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수면 위로 나온 선체 조각은 태안 보존센터로 옮겨 목재에 남은 염분을 빼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후 경화 처리, 건조 과정 등 보존 처리를 마무리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전망입니다.
(사진=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