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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 '이적죄' 기소…특검 "계엄 위해 군사상 국익 저해"

한성희 기자

입력 : 2025.11.10 13:01|수정 : 2025.11.10 14:59


▲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오른쪽)

12·3 비상계엄 관련 '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비상계엄 명분 만들기'를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날리는 비정상적인 군사 작전을 감행했고, 이로 인해 국익이 저해됐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입니다.

조은석 특검팀은 오늘(10일)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장관에게는 추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작성 교사·행사 교사, 허위 명령·보고 등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실제 작전 수행을 지휘한 김용대 국군드론작전사령관은 직권남용, 군용물손괴 교사, 군기누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작성 교사·행사 교사, 허위 명령·보고,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및 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박지영 특검보는 오늘 브리핑에서 "윤석열과 김용현, 여인형 등은 공모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북 간 무력 충돌 위험을 증대시키는 등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저해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왼쪽부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 (사진=연합뉴스)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왼쪽부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김용대 국군드론작전사령관

윤 전 대통령 등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도발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지난해 10월께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을 지시한 혐의를 받습니다.

작전 실행으로 인해 남북 간 군사상 긴장이 높아지고, 투입된 무인기가 추락하면서 작전·전력 등 군사 기밀이 유출되는 등 군사상의 이익이 저해됐다는 것입니다.

형법상 외환죄 조항 가운데 당초 외환유치 혐의 적용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됐으나, 특검팀은 수사 끝에 적국과의 '통모'가 요건인 외환유치 혐의가 아닌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일반이적 혐의는 통모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특검팀은 무인기 작전 전반에 걸쳐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충암파'인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봤습니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군사작전이라는 '의도'를 명확히 인지하고도 작전의 계획·준비·실행 단계 모두에 관여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입니다.

여인형 휴대폰 메모 설명하는 박지영 내란특검보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여 전 사령관이 휴대전화에 남긴 메모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는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 "미니멈 안보 위기, 맥시멈 노아의 홍수",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및 압수수색" 등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 상태를 만들어 계엄을 선포하려 한 정황이 담겼습니다.

특검팀은 또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작성한 수첩 등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이 군 장성 인사가 이뤄진 2023년 10월부터 비상계엄의 논의 및 준비를 시작했다고 특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공소장 변경도 향후 진행할 계획입니다.

박 특검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혹이 의혹으로 종결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설마'가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은 수사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했다"고 수사 소회를 말했습니다.

이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을 이용하려 한 것"이라며 "국민 안전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이후 군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면서 작전 준비부터 실행 단계까지 보고 경로와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파악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일부에선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특검팀은 군사 작전의 성격과 국가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최대한 절제된 범위 내에서 기소 대상과 범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이번 기소 대상에서도 영·위관급 장교들은 모두 제외됐습니다.

박 특검보는 "기소 여부를 결정한 핵심적인 기준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 조성'이라는 목적에 대한 인식 여부"라며 "단순 군사작전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이적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검팀은 이번 사건 처리를 끝으로 '외환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고, 한 달여 남겨둔 남은 수사 기간 동안 '내란 의혹' 진상 규명에 집중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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