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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피'엔 즉효지만 '부자감세' 논란은 계속 [스프]

박진호 논설위원

입력 : 2025.11.10 17:30|수정 : 2025.11.10 17:30

[이브닝 브리핑] 인하로 기우는 배당소득 최고세율의 파장


이브닝브리핑
지난주 AI버블 논란 속에 큰 폭 하락했던 코스피가 월요일(10일) 큰 폭 반등했습니다. 40일이나 이어진 미국의 연방정부 '셧 다운'(일시 업무정지)이 끝날 기미가 보이기도 했지만 일요일(9일) 밤 갑자기 전해진 '배당소득 분리과세율'의 완화 가능성 소식이 컸습니다.
이브닝브리핑
어제(9일)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당초 정부안인 35%에서 민주당 의원 안인 25%로 추가 완화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은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배당 활성화 효과를 최대한 촉진할 수 있도록 합리적 조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구체적 세율 수준은 정기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당에서 주장한 최고세율 인하 의견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동학개미' 큰 기대감..월요일 주식시장 반등이브닝브리핑
오늘(10일) 코스피는 3% 이상 급등하며 4073.24로 정규장을 마쳤습니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소식과 관련된 증권, 보험, 금융지주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시장의 큰 기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내 주식 시세차익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배당과 이자소득을 합쳐 연간 2천만 원까지는 14% 세율로 원천징수하고, 2천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종합소득세에 합쳐서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배당·이자 소득이 많으면 소득세율이 45%, 지방세를 포함해 최고 49.5%까지 적용되니 개인의 배당주 투자나 기업의 주주 배당도 위축되는 현상이 있었죠.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이 배당소득을 따로 떼서 별도로 세금을 받고, 원천징수처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기획재정부의 당초 안은 배당소득 2천만 원 이하는 14%, 2천만 원~3억 원 이하는 20%, 3억 원 초과는 3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기존 방식보다 세금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 35% 세율은 종합소득세 최고 세율(45%)보단 낮지만, 주식 양도소득세율인 25%보다는 높다 보니 최대주주인 기업의 경우, 배당을 늘릴 동기가 강하지 않고, 개인투자자도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세금인하 혜택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컸습니다. 그래서 여당의 이소영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분리과세 시에도 최고 세율을 25%로 낮춰야 증시 부양에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결국 개인투자자의 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이 줄어들고, 기업과 대주주 입장에서도 소액주주 배당을 늘리는 데 따른 부담이 줄어든다는 기대에 주식시장이 바로 반응한 것입니다.


코스피 4천 붕괴에 배당소득 '최고세율 완화' 공감대?이브닝브리핑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두 달간 국민, 기업, 금융시장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 적용되는 세율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논의되고 있다"며 "국민이 제시한 의견에 당·정·대가 화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배당소득 2천만 원 이하는 세율 14%가 아닌 9%, 2천만 원~3억 원 이하는 20%, 3억 원 초과는 30%로 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는데, 여기서 최고세율은 25%로 하고, 2천만 원 이하인 소액 투자자의 세율도 5%포인트 더 낮추는 것인지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증시 부양에는 효과가 더 크겠지만 세수효과나 과세원칙 면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어찌됐던 정부가 방향을 바꾼 것은 최근의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 10억 원이 아닌 5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보진영의 부자감세 우려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다시 시장 친화적 방향을 잡은 데는 지난주 미국의 AI버블 논란과 국내 증시 과열 우려로 코스피 4천선이 무너진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입니다. 내수와 수출 등 경제 엔진이 단기간에 활성화되긴 어려운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을 받치고 있는 증시가 흔들리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죠. 젊은 층 지지도를 좌우하는 자본시장 활성화 공약을 단단히 추진해야 부동산 값 급등과 청년 실업 문제 같은 난제의 타격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상징적 공약인 코스피 5천을 위해서는 새로운 추진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요건 갖춘 상장사 13%뿐?..삼전도 배당 늘려야 해당
증권업계에선 기업의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이 높아져 증시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지난해 31.4%로 일본(33.6%) 중국(31.5%)보다 다소 낮습니다. 대만의 경우, 10여 년에 걸쳐 제도를 확대해 배당성향이 50%대로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이 있습니다. 모든 기업의 배당금이 분리과세 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주환원에 더 적극적인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기업은 개인 투자자가 더 몰릴 것이고, 많은 배당금을 받는 최대주주 역시 세금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고배당 기업'이 되기 위한 요건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현재 안은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배당을 5% 이상 늘린 기업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기업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상장사 2천6백여 곳 중에 분리과세 요건에 해당되는 기업은 13% 수준인 350곳 정도로 추산됩니다. 무엇보다 직전 3년 평균보다 현금배당을 5% 이상 늘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배당성향은 28%지만 조건을 충족하려면 작년 9조8천억 원이던 배당금을 올해 10조3천억 원으로 늘려야 합니다. 배당성향 40%를 넘는 KT&G나 SK텔레콤 같은 배당주 기업도 전년보다는 배당을 늘려야 해당됩니다. 기업 입장에선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이면 배당을 늘리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최근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실효성을 위해서는 배당성향 기준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자사주 소각 기업에는 조건을 더 완화해 주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의 경우,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을 위한 장기적 재투자가 필요한 만큼 금융업 등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시행하고 정작 해당하는 주식은 별로 없다면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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