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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타이완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일 총리 첫 언급

윤창현 기자

입력 : 2025.11.08 10:51|수정 : 2025.11.08 10:51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타이완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이 오늘(8일) 보도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어제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 오카다 가쓰야 의원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중국이 타이완을 해상 봉쇄할 경우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질의하자 이 같은 취지로 답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단순히 민간 선박이 늘어서서 지나가기 어려운 것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하지 않겠지만, 전쟁 상황에서 해상이 봉쇄되고 드론이 날아다닌다면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실제로 발생한 사태의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정부가 모든 정보를 종합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합니다.

존립위기 사태라고 판단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내부적으로 타이완이 공격받을 경우 존립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왔지만, 공식적으로는 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아사히가 전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총리 재임 당시였던 지난해 2월 타이완 유사시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정보를 종합해 판단해야 하므로 일률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허용하는 안전보장 관련법이 통과됐던 2015년에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존립위기 사태의 예로 중동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아사히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외무성과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래 정부 견해를 넘어선 것"이라고 해설했습니다.

아사히는 "타이완 유사시 일본이 참전한다는 의사를 보인다면 중국 측을 자극해 일본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 발언이 향후 중일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습니다.

당시 양 정상은 역사와 중국 인권 문제 등에서 각자 입장을 전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APEC 정상회의 기간에 타이완 대표와 만난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다카이치 내각의 대만 관련 언행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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