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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우주 가속 팽창 아니다" 한국 연구진 노벨상 정면 반박

정구희 기자

입력 : 2025.11.06 16:06|수정 : 2025.11.0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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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간 오늘(6일) 오전 9시, 세계 3대 천문학 학술지로 꼽히는 영국 왕립 천문학회지에 '우주는 가속팽창 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우리나라 연세대 연구팀이 발표한 겁니다.

지난 2011년, 미국과 호주의 과학자 3명은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한다는 걸 밝혀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2011년 노벨 물리학상 : 연구팀이 밝혀낸 건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겁니다.]

이 결과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정철/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연구교수 : (우주가)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결과를 얻어서 그것 때문에 노벨상을 받았었는데, 가속 팽창이라든지 이런 모든 것들이 무너질 수 있지 않을까.]

노벨상을 받았던 과학자들은 초신성, 즉 별이 폭발하는 현상을 연구해 우주 팽창 속도를 밝혀냈습니다.

초신성은 1형, 2형으로 크게 구분하는데 1-a형 초신성들은 주변 별의 물질을 빨아들여서 몸집을 키운 뒤 태양 질량의 1.4배에 달하면 폭발합니다.

특정 질량에서 폭발하니까 모든 1-a형 초신성들은 폭발 수준이 비슷하고 폭발할 때 밝기도 일정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초신성의 밝기를 관측해 거리를 추정하는 근거로 삼아 왔는데 밝으면 지구와 더 가까이, 어두우면 멀리 있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초신성들의 밝기가 예상보다 더 어둡단 걸 알아냈고, 이를 근거로 초신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멀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일정하다고 알려진 기존 지식을 깨버린 셈입니다.

천문학계는 그간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힘인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려고 13조 원을 투입해 제임스 웹 같은 고가의 탐사 장비들을 운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연세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맞다면, 이 '암흑 에너지' 개념도 바뀔 수 있습니다.

새로 밝혀진 내용은, 오랫동안 알려진 천문학적 지식과 상당히 다릅니다.

우선, 초신성 폭발 당시의 밝기가 일정하다고 했던 기존 이론이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정철/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연구교수 : 나이하고 밝기 사이의 관계를 비교를 해보니까 얘네 들이 상당 히 나이에 따라서 밝기가 달라지는 것을 발견을 한 거예요. 나이가 젊어지면 좀 어둡고 나이가 밝아지면 좀 밝고 이런 식으로 바뀐 거에요.]

변수를 반영해 초신성 300개의 위치와 속도를 다시 분석한 보정 값을 살펴보니, 예상보다는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연구팀은 약 20억 년 전부터 우주의 팽창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기존의 가속 팽창 이론을 완전히 뒤흔드는 주장입니다.

[손준혁/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연구원 : 이 선을 기준으로 이제 감속과 가속이 되는데 지금 현재 이미 우리 우주가 감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지를 알기 위해서 우주의 팽창 속도를 연구합니다.

이번 연세대 연구팀의 논문이 오랫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기존 연구를 뒤집기엔 아직 이릅니다.

초신성 이외에 다른 연구들은 여전히 우주의 가속 팽창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내용이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린 만큼, 파장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연세대 연구팀은 칠레 베라 루빈 천문대의 초고성능 망원경 이용해 앞으로 초신성을 포함한 2만 개의 은하를 더 관찰하고 연구를 검증할 계획입니다.

국내 연구팀의 연구가 장차 우주 팽창 속도와 미래에 대한 지식을 완전히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취재 : 정구희,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장예은, 화면 출처 :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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