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폭풍 같은 3분기 실적 발표가 지나고 AI 기업들을 필두로 타오르는 장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버블'이 대두되면서 일부 하락하는 종목들도 등장하고도 있죠. 그러다 보니 급등하는 주가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고가를 하루가 멀다 하고 찍는 상황을 보면서 이게 적정 금액이 맞냐는 생각도 들고, 거품이 상당히 많이 꼈다는 의견도 월가를 중심으로 속속 들리고 있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이 AI 버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상황이 AI 버블이 맞다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정리해 봤습니다.
버블 1. 기술주에 극단적으로 몰린 주식시장
우선 미국 주식 시장 상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있죠?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 그리고 S&P 500.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S&P 500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은 S&P 500이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S&P 500에는 미국 상장 기업 전체 시가총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503개의 대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지수를 따져보면 AI와 기술주에 과도하게 많은 투자금이 몰려 있어요.
2000년 5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상위 10개 기업이 S&P 500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가장 최근인 2025년 9월의 숫자를 보면 상위 10개 회사의 비율은 무려 40.9%입니다.
상위 10개 기업들의 면면은 이렇습니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브로드컴, 알파벳(A), (C), 테슬라, 버크셔 헤서웨이까지. 기업들 로고를 보니 딱 보이죠? 빅테크 7인방,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TOP 10을 다 휩쓸고 있습니다.
M7만 따로 놓고 보면 10년 전엔 7개 기업이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10월 현재에는 36.6%로 급등했죠.
이렇게 특정 섹터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건 시장에 크나큰 리스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 소수 기업들에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전체 시장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들 대기업들만을 향하지 않고 있습니다. AI와 관련되어 있거나 미래 기술과 관련되어 있다면 중소, 벤처 기업들도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어요. 문제는 아직까지 이들 기업들이 매출이 나오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전망에만 의존해 투자가 이뤄진다는 겁니다.
양자컴퓨터 관련주로 꼽히는 아이온큐와 리게티 컴퓨팅을 볼까요? 두 기업들의 매출 대비 주가 비율은 너무나 극단적입니다. 투자라는 것 자체가 미래의 전망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거지만, 지금 상황은 너무 극단적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대평가가 버블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지적하고 있고요. 심지어 오픈AI의 샘 올트먼 조차도 최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묻지 마 투자'를 두고 버블을 경고하기도 했죠.
버블 2. 과도한 AI 인프라 투자...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
돈이 몰리는 빅테크 기업들은 많은 돈을 AI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맨해튼 크기만 한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했고요, 오픈AI와 오라클, 그리고 소프트뱅크는 미국 전역에 거대 AI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를 짓고 있습니다.
미래에 늘어날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를 미리미리부터 준비하겠다는 건데, 일각에서는 이 인프라 투자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만약 이렇게 대규모로 데이터센터를 늘려놨는데 미래에 그 수요가 늘어난 양에 못 미친다면요? 과거 닷컴 버블 시절에 딱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로 광케이블 투자였죠.
1990년대 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네트워크 용량을 감당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엄청나게 많은 광케이블을 설치했습니다. 당시에 어떤 전망까지 나왔냐면 통신 전송 데이터량이 향후 25년 동안 매년 3배씩 늘어날 거라는 보도가 있기도 했었죠. 일단 많은 광케이블을 생산해서 여기저기에 묻어두고 필요한 회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임대하려고 했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설치된 광케이블 가운데 최대 95%는 사용되지 않았고 그냥 땅에 묻혀 있습니다. 이른바 '다크 파이버'라고 불리는 녀석들이죠.
당시 세계 최대 광케이블 생산업체였던 코닝의 주가는 2000년에 100달러를 찍기도 했지만 거품이 꺼지고 난 뒤엔 1달러로 폭락했습니다. 참고로 코닝은 지금 AI 붐에 힘입어 데이터센터 내 광케이블 수요가 늘어나자 다시금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현재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AI 인프라를 감당하려면 근미래에 상당한 수익과 수요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는 현재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규모라면 2030년엔 AI 영역에서 2조 달러의 수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죠. 하지만 문제는 우리는 이만큼의 수익이 AI 영역에서 언제쯤 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어요.
버블 3. 기업 가치 부풀리는 순화나 투자, 위험하다 위험해
또 하나 지적받는 것 중 하나는 AI 빅테크 기업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얽혀있는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9월에 들려온 뉴스인데요.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해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픈AI는 이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기로 약속했고요.
최근 AI 기업들의 투자 소식들을 살펴보면 이렇게 서로서로 투자해서 리스크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포착됩니다. 실제 가치 창출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서로의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순환 투자'가 많아지면 혹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업 간에 위험이 전이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오픈AI만 이런 관계에 있는 게 아닙니다. 오픈AI는 AMD와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어요. AMD는 오픈AI의 지분 10%를 얻었고요.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와도 끈끈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주요 주주이고,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애저의 주요 고객입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AI 클라우드 기업인 코어위브의 최대 고객인데, 이 코어위브는 엔비디아가 지분 5%를 갖고 있죠. 그 외에도 다양한 AI 기업들이 이렇게나 복잡하게 엮여 있습니다.
코어위브는 새롭게 떠오르는 이른바 네오 클라우드기업 중 하나인데요. 이들 네오 클라우드기업들의 요상한 대출도 버블의 신호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코어위브, 람다, 크루소 같은 클라우드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GPU를 담보로 고액의 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사고, 그 GPU를 담보로 월가에게 자금을 빌리고, 그 자금으로 다시 또 엔비디아의 칩을 사고… 올해 7월까지 이런 형태로 빌린 자금이 2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어요. 미국뿐 아니라 영국의 AI 클라우드 기업에서도 GPU를 담보로 대출이 진행되기도 했고요.
기본적으로 컴퓨터 부품은 일단 사용하면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입니다. GPU도 마찬가지죠. 물론 지금은 품귀현상으로 AI GPU의 가치가 높은 건 맞지만 공급 과잉이나 새로운 혁신이 등장해서 GPU 가치가 급락하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어요. 공교롭게도 닷컴 버블 시절에도 서버를 담보로 대출이 이뤄진 바 있어서, 평행이론 마냥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죠.
붐업 1. 지금은 돈 버는 AI 기업들이 이끄는 '기술 붐업' 시즌
지금까지는 AI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정리해 봤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AI 버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이 과거 닷컴 버블 시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닷컴 버블 시절에는 수익을 내지도 않은 기업들에게 과도한 투자금이 들어가서 거품이 생긴 거지만 지금은 투자 대상이 되는 주요 AI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는 거죠. 당장 이번 3분기 실적 발표만 보더라도 상승세를 이끄는 건 부실기업들이 아니라 성과가 대단한 빅테크 기업들이라는 겁니다.
월가 비관론자들이 때마다 소환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회사 시스코죠.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의 주가는 이렇게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익을 그래프로 그리면 이렇게 그려집니다. 주가와 실제 이익과는 완전히 괴리가 되어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엔비디아의 상황은 어떨까요? 엔비디아의 최근 주가는 이렇게 흘러갔고, 수익 그래프는 이렇게 그려집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수익과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AI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GPU를 판매하고 그만큼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젠슨 황은 지금이 AI 버블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AI 빅테크들은 AI 영역에서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AI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으로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액 1,000억 달러를 돌파했고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 아마존의 AWS의 성장도 비슷합니다. 클라우드 영역뿐 아니라 광고 파트에서도 빅테크들은 AI를 적용해 견고한 실적을 냈죠.
상황이 달라진 근본적 이유에는 2000년대와 지금 2025년의 기술과 환경의 변화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당시 인터넷 기술의 잠재력은 엄청나게 컸지만, 관련 인프라와 이용자 층이 충분하게 갖춰지지 않았어요. 수익화 모델도 시장 초기 단계다 보니 불완전했죠.
하지만 2025년 AI가 처한 상황은 다릅니다.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있는 기술력과 시장을 기반으로 꽃을 피운 거죠. 클라우드 인프라는 이미 잘 돌아가고 있고요,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도, 또 학습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들도 시장이 성숙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AI 기반의 수익화 모델도 안정적이고, AI를 바로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기 쉬운 환경인 거죠.
이커머스 시장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의 전자상거래는 매우 전도가 유망한 서비스였습니다. 사람들도 많은 관심을 두었고, 관련 기술도 잠재력이 컸지만 시장 규모는 미미해서 바로 수익이 나질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요? AI가 적용된 이커머스는 바로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5년 전과 비교해서 기술의 실체도 더 뚜렷하고 기술을 수용하는 속도도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보니 이런 차이가 생겼다는 겁니다.
붐업 2. 부실한 기업들에게 몰렸던 '닷컴'때와 지금은 다르다
또한 빅테크에 돈이 몰리는 것 역시 한편으로는 버블 위험성을 줄여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지금 상승장을 주도하는 M7은 수십 년간 사업을 영위해 온 빅테크들입니다. AI 붐이 없었을 때에도 이들은 지속적으로 돈을 벌어온 건강한 기업들이라는 거죠. 하지만 닷컴 버블 때는 대부분의 투자금이 들어간 기업들이 아직 검증이 채 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시장에 뛰어든 신생 스타트업들이었어요.
1996년 한 해에만 무려 677개의 기업이 새롭게 상장할 정도로 당시 신생 기업의 바람은 대단했습니다. 버블이 터지기 직전엔 1999년에는 476개, 2000년에는 380개의 기업이 IPO를 했죠. 1999년 상장한 476개 기업 중 테크 기업은 모두 370개. 전체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때 당시 상장한 기업들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겁니다. 476개 기업 가운데 주당순이익이 적자인 상태로 상장한 기업은 전체의 76%나 됐거든요. 2000년에는 그 비율이 81%까지 치솟을 정도로 재정 상태가 메롱인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투자자들은 일단 상장한 IT 벤처기업이라면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들 기업들이 상장 첫날 기록한 수익률을 보면 상당했거든요.
넣으면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니까 기업의 재정 상태는 크게 고려되지 않은 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겁니다. 하지만 이후 닷컴 사이트들이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많은 기업들이 파산을 하고 말았죠.
붐업 3.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AI 인프라... 투자에 문제없다
데이터센터로 대표되는 AI 인프라 투자 역시 버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언하기엔 따져볼 지점들이 있습니다. 일단 과거 닷컴 버블 시절에 문제가 되었던 건 당시 닷컴 기업들이 외부 자금 가령 빚을 내서 사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AI 인프라에 투자를 해오고 있어요.
기업들이 벌어들인 금액에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업에 필요한 투자금을 뺀 진짜 남은 돈을 잉여현금흐름, FCF라고 합니다. 2025년 기준으로 M7 기업들의 진짜 남은 돈을 살펴보면 약 4,696억 달러로 집계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하면 약 670조 원이 나오죠. 애플이 1,217억 달러로 가장 많고 엔비디아 991억, 구글 772억 등…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 상태는 상당히 건강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2024년 자산이 595조 원이니까 얼마나 많은지 감이 오실 겁니다.
또한 정말 현재 AI 인프라 투자가 과한 건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데이터센터 가동률은 압도적으로 높고 비어있는 데이터센터, 이른바 공실률을 따져보면 상당히 낮은 상황이거든요.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기업 CBRE가 올해 6월에 발표한 보고서 자료를 가져와봤습니다.
2025년 1분기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평균 공실률은 6.6%에 불과합니다. 가장 공실률이 낮은 지역은 북부 버지니아 지역인데 지난 1분기 공실률이 0.76%에 불과했습니다. 전 세계에 걸쳐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공급을 계속 앞지르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지금 지어지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사전 임대가 이뤄질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인 상황입니다.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의 74.3%가 이미 클라우드 기업과 AI 업체들을 중심으로 임대가 완료된 상태죠. 기록적으로 데이터센터를 늘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여전히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인데 과연 이걸 두고 버블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지금까지 AI 시장을 두고 버블이라는 쪽과 버블이 아니라는 쪽의 주장을 살펴봤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전문가들조차 이렇게 팽팽하게 나뉘어 있는 만큼 "정답이 무엇이다"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복합적인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죠.
사실 우리가 AI 시장을 두고 단순히 버블이냐 아니냐 이렇게 이분법으로만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부분은 과대평가되어 있고 또 어떤 부분은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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