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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 당선 일성 "난 민주사회주의자"…지지자들 "정치혁명"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1.06 05:33|수정 : 2025.11.06 05:33


▲ 현지시간 4일,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

4일(현지시간) 조란 맘다니의 미국 뉴욕시장 당선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 뉴욕 브루클린 파라마운트 극장 앞에는 승리의 기쁨에 들뜬 지지자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현지시간 오후 9시 투표가 공식 종료되고 30여 분이 지난 뒤 맘다니의 당선을 예상한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지지자들은 일제히 '조란! 조란!'이라고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습니다.

행사장 입장을 위한 대기 줄은 극장이 위치한 블록을 따라 200m 가까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대부분 맘다니 당선인 지지자를 비롯해 선거 자원봉사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었고, 일부는 맘다니 선거 캠페인을 상징하는 모자나 옷을 갖춰 입었습니다.

극장 출입구에선 행사장 요원들이 초청장 QR코드를 확인한 뒤 보안검색대에서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했습니다.

지나가던 한 트럭이 극장 앞 군중을 보고 길게 경적을 울리자,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더 크게 내질렀고, 트럭은 다시 경적으로 화답했습니다.

승리를 축하한다는 경적이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극장 입구에 다가선 지지자들은 맘다니의 당선 유력 보도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습니다.

노아 로비도 씨는 맘다니 당선인이 지난 6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해 돌풍을 일으키기 이전인 지난 1월부터 지지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쟁 후보인) 앤드루 쿠오모와 달리 맘다니는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지 않았다"며 "'빅 머니'로부터 자유롭다 보니 도시와 사회 인프라를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시민단체 활동가라고 소개한 조지 앨브로 씨는 "경쟁 후보들은 네거티브 공세만 한 반면 맘다니는 긍정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했고 미국 정치를 바꿀 것"이라며 "그를 위해 자원봉사에 나선 유권자들은 진정으로 정치 혁명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지만 역효과만 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장 부근에는 원리주의 유대인들이 수십 명 모여 맘다니 후보를 지지하는 피켓을 내걸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원리주의 종파 중 하나인 하시딕(유대교 경건주의 운동) 공동체 소속 유대인이라고 소개한 조셉 콘 씨는 맘다니 후보를 지지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시온주의를 반대해왔고, 오늘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반대한다"라며 "모든 유대인이 맘다니 후보를 반대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습니다.

맘다니는 앞서 지난 2일 하시딕 공동체 아로님 분파의 지도자인 모셰 인딕 랍비가 자신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뉴욕시 유대인 커뮤니티 중 소수파에 속하는 이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가자지구 공격에 대해 꾸준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이날 행사장에 나타난 맘다니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나는 무슬림이고, 민주사회주의자이다. 나는 이를 이유로 사과하기를 거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배신당한 국가에 그를 물리치는 방법을 보여주려 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가 태어난 이 도시를 보여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맘다니 승리 소식이 전해진 후 새 뉴욕시장에 대해 우려하는 경쟁 후보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이어졌습니다.

3위 득표율을 올린 커티스 슬리워 공화당 후보는 "우리의 새 지도자에게 경고하고 싶다"며 "만약 사회주의를 시행하려 한다면, 만약 경찰을 약하고 무력하게 만들려 한다면, 만약 시민의 공공안전을 저버린다면, 우리는 조직화하고 (사람들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쿠오모 후보도 이날 낙선 소식이 알려진 후 연설에서 맘다니를 향해 "반유대주의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뉴욕시가 임대료 관리 권한을 가진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 무상보육 확대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공화당이나 재계에서는 이를 '좌파 포퓰리즘'으로 칭하는 등 강한 비판이 나왔고, 민주당 주류 세력인 중도파에서조차 그의 정책이 급진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선거일인 이날 내내 홈페이지 헤드라인에 "뉴욕시, 사회주의자가 자본주의 수도를 이끌지 결정한다"라는 제목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유대계 커뮤니티에서는 맘다니가 친팔레스타인 행보를 보인다는 이유로 반유대주의 우려를 지속해 제기해왔습니다.

30대 진보 정치인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는 4일 일반선거에서 뉴욕시장으로 당선됐습니다.

무슬림이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의 시장으로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맘다니가 최연소로 뉴욕시장에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 34세가 된 맘다니는 1898년 뉴욕시가 지금 형태의 5개 구로 통합된 후 가장 젊은 나이에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습니다.

1913년 존 퍼로이 미첼이 맘다니와 같은 34세 나이로 뉴욕시장에 당선됐지만, 당선 당시 맘다니보다 3개월 더 나이가 많았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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