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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은 사이'의 배신…신뢰 잃으면 남보다 못한 사이 [스프]

입력 : 2025.11.06 09:00|수정 : 2025.11.06 09:00

[주즐레]


주즐레
가수 성시경이 10년 넘게 함께 일한 매니저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의 매니저는 과거 소속사 시절부터 함께한 오랜 동료로, 2018년 성시경이 1인 기획사 '에스케이재원'으로 이적할 때도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성시경의 누나 명의로 되어 있었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성시경과 매니저가 함께 맡았다. 둘은 단순한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아니라 '형과 동생'처럼 지냈다.

성시경이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온 인간적인 성품은 익히 유튜브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콘텐츠를 촬영하다가도 성시경은 마지막에는 "이거 포장해서 집에 가서 먹어라"라며 매니저를 챙겼다. 매니저의 반려견을 자신의 반려견처럼 아꼈다. 그런 그가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당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성시경의 소속사는 "전 매니저가 재직 중 회사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액이 얼마인지, 구체적인 경위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공연 스태프로 알려진 인물이 "VIP 티켓을 따로 만들어 빼돌리고, 초대권을 줄이는 방식으로 몇 억 원을 챙겼다"는 폭로 글을 남기면서 논란은 커졌다. 사실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성시경의 매니저가 '암표 단속의 상징'처럼 불렸던 점을 생각하면 그 충격은 더욱 크다.


연예인의 그림자, '매니저'라는 직업
연예인의 매니저는 독특한 직군이다. 하루 일정을 함께하며 생활 전반을 챙기는 '로드 매니저', 홍보와 언론 대응을 맡는 '홍보 매니저', 계약과 스케줄을 관리하는 '이사급 매니저', 그리고 최근에는 팬을 직접 대면하고 관리하는 '팬 매니저'까지 생겨났다. 매니저와 연예인은 비즈니스 관계지만, 실제로는 생활이 맞닿아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연예기획사에서는 매니저가 가족이자 친구, 때로는 비밀을 공유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연예인의 알려지지 않은 일상, 대중에 노출되어선 안 될 리스크 관리까지 모든 걸 매니저가 맡는다.

성시경의 매니저 역시 업계에서 손꼽히는 베테랑이었다. 그는 '부사장' 직함으로 사실상 회사 운영 전권을 쥐고 있었다. 성시경의 공연이 워낙 인기라 티켓 예매가 어려워 기자가 "정식 구매 방법을 알려달라"고 문의했을 때, 그는 "VIP 티켓은 따로 없습니다"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이번 폭로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만약 그가 공연 티켓을 이용해 사익을 취했다면, '암표와의 전쟁'을 선포하던 그의 말이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안선영·코요태·리사… '가족 같은' 배신의 연쇄
이런 일은 성시경 사례만이 아니다. 지난 8월 방송인 안선영은 4년간 함께한 직원을 '식구처럼' 여겼다가 수억 원대의 횡령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엄마의 얼굴을 한 직원이 차명계좌 등 8가지 이상의 수법으로 돈을 빼갔다"며 "돈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컸다. 식구라고 믿었기에 더 아팠다"라고 털어놨다. 안선영은 직원 50명을 둔 중소기업의 대표로서, 그는 이후 "귀찮더라도 송금은 직접 확인한다"고 했다. 신뢰의 방식을 감정에서 시스템으로 옮긴 셈이다.

그룹 코요태의 빽가 역시 매니저에게 축의금을 횡령당했다. 결혼식장 입구에서 매니저에게 건넨 봉투가 전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친구에게 '축의금을 왜 안 냈냐'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창피했다"고 빽가는 말했다. 같은 멤버 김종민도 "전 매니저가 출연료를 자기 통장으로 받았다"고 고백했다. '믿음'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일들이었다.

배우 천정명은 16년 함께한 매니저에게 사기와 횡령을 당했고, 이후 "은퇴를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은 십 년 지기 매니저에게 10억 원을 잃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블랙핑크 리사 역시 데뷔 전부터 함께한 매니저에게 수억 원의 사기 피해를 봤다. 그는 끝내 변제 약속을 받고 선처했지만, 팬들은 "리사조차 피해자가 됐다"며 충격을 받았다.


신뢰를 제도로 바꾸지 못한 업계
연예산업은 특성상 '비공식 관계' 위에서 작동한다. 오랜 정과 의리, 함께한 시간의 무게가 계약서보다 우선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은 그 신뢰의 허망함을 증명했다. '좋은 사람' '가족 같은 사이'라는 말이 보호막이 되지 못할 때,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진짜 신뢰는 감정이 아니라 투명한 계약 위에서만 유지된다는 업계의 조언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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