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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대 파열됐는데 두 달 대기"…산재 전문병원은 11개뿐

홍승연 기자

입력 : 2025.11.04 21:11|수정 : 2025.11.0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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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재해를 당하면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전문병원이라는 걸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재 피해자들을 감당하기에 이 전문병원은 전국에 11개밖에 없습니다.

홍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남 통영의 우체국에서 일하는 30대 김평주 씨는 지난 6월 우편물 배송 중 넘어져 인대가 파열됐습니다.

입원과 전문 재활치료 소견이 나왔지만, 집 근처에 산재 전문 치료 병원이 없어 두 달을 기다린 뒤에야 70km 떨어진 창원으로 가야 했습니다.

[김평주/산업재해 근로자 : 처음에 신청해도 자리가 당장 없다고 해서 서류를 다 보내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3주 정도 대기하고 있었어요.]

두 달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에도 8주간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매일같이 통영에서 창원을 오가야 하는 상황.

[김평주/산업재해 근로자 : 일반 병원에서는 산재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아예 없습니다. 30분 치료받으려고 2시간을 차를 타고 왕복을 해야 하니까….]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산업재해 전문 공공병원'으로 불리며 산재에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합니다.

전국에 있는 산업재해 전문병원은 인천, 대전, 대구 등 전국 11곳에 불과합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를 위해 외래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전문의원도 서울과 부산, 광주, 구미 등 전국 4곳뿐.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충북과 충남, 전북, 울산엔 산재 전문병원과 재활 전문의원이 아예 없습니다.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800명이 넘는 산재 피해자가 발생한 거제와 통영, 고성 지역은 거주지에서 산재 치료를 받는 게 불가능합니다.

[최길연/삼성중공업 노조위원장 : (병원) 연락 기다리다가 안 되지 회사에서는 왜 끝났는데 안 들어오느냐? 하니 할 수 없이 아픈 몸을 이끌고 망치 잡고 용접하는 거예요.]

근로복지공단은 예산 확충 등에 어려움이 있지만,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전문 의원부터 늘려갈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산재 신청자는 17만 명으로 5년 전과 비교해 40% 넘게 급증해 11곳뿐인 전문병원으론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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