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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값 1.5억 못 내면 사형…12살 결혼한 신부, 무슨 일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1.04 05:25|수정 : 2025.11.04 13:37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란의 한 어린 신부가 '목숨값' 100억 토만(약 1억5천만 원)을 내놓지 못하면 교수형에 처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북부 고르간 교도소의 사형수 골리 코우흐칸(25)은 18살이던 7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코우흐칸에게는 이슬람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이 적용됐습니다.

경제적 보상(디야)을 제공해 피해자 측의 용서를 받지 못하면 교수형이 예정대로 집행됩니다.

기한은 올 연말입니다.

이란 소수민족 '발루치족' 출신인 코우흐칸은 12살 때 사촌과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았습니다.

코우흐칸은 결혼생활 내내 남편에게서 신체·정서적으로 학대당했습니다.

견디다 못해 부모집으로 도망친 코우흐칸에게 아버지는 "흰 드레스를 입혀 보낸 딸은 수의(壽衣)를 입지 않고는 돌아올 수 없다"며 냉대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던 2018년 5월, 남편은 당시 5살이던 아들을 마구 때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코우흐칸은 다른 친척을 불러 남편을 뜯어말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을 말리러 온 친척과 남편 사이에 싸움이 붙었고, 그 과정에서 남편이 사망했습니다.

코우흐칸은 앰뷸런스를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그 친척과 함께 체포됐습니다.

코우흐칸은 변호사 조력 없이 강압적인 조사를 받았습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그가 범행을 자백하는 진술서에 서명했고, 결국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유족 측에 용서를 구하기 위한 배상금 협상은 교도소 관계자들이 맡았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배상금이 100억 토만입니다.

인권단체들은 이 사건이 이란의 여성 인권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합니다.

이란은 아동 결혼이 합법입니다.

그런데도 가정폭력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소수민족 여성들이 정권의 탄압 대상이 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발루치족 인권 옹호단체 관계자는 "코우흐칸의 사례만이 아니다. (이란의) 여성은 인권이 없다. 남편의 말에 복종해야 하고, 학교에도 가지 못한다. 부모들은 가난을 핑계 삼아 딸을 시집보내버린다"고 말했습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코우흐칸은 소수민족이자 여성이면서 빈곤층으로서 이란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며 "그에게 내려진 판결은 사형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이란당국의 행태, 이런 상황을 초래한 차별적인 법과 사회를 상징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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