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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근처는 전자담배 판매기 불법, 어린이집 근처는 합법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1.03 06:53|수정 : 2025.11.03 06:53


▲ 지난달 31일 찾아간 서울 광진구 한 골목에는 어린이집 맞은편에 전자담배 판매점이 개점을 앞두고 있었다.

"매일 등·하원할 때마다 아이가 가게 간판을 가리키면서 관심을 갖는데 착잡하더라고요."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한 어린이집
골목 맞은편 건물 1층에 전자담배 판매점이 개업을 준비하는 걸 보며 이 어린이집에 2살 아들을 보내는 김 모(41)씨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김 씨는 "아이가 담배를 계속 보고 친숙해지는 게 아닌지, 가게 앞 흡연자가 늘어나 행동을 흉내 내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학부모들은 관할 광진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법)은 유치원과 초·중·고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에 담배 자동판매기 설치 등을 금지합니다.

그간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던 전자담배 판매기도 지난 7월 법이 개정돼 내년부터 포함됩니다.

하지만 이 법의 보호 대상에는 어린이집이 제외됩니다.

유치원부터는 교육부가 관할하는 교육시설이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의 보육시설이기 때문입니다.

행정부처 간 칸막이에 어린이집만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김 씨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기준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형태에 따라 다르게 존재한다는 것은 모순 아니냐"며 "학부모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광진구청은 전자담배 판매점 개점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취재가 이어지자 판매점 업주에게 '간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어린이집 인근도 담배판매업에 부적합한 장소로 포함되도록 구의 규칙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업주도 "온라인 판매를 위해 창고처럼 사용하려는 것인데, 구청이 상호를 적은 간판을 달아야 영업을 허가해준다고 한 것"이라며 "구청이 양해하면 간판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자담배 수요 증가로 전국적으로 판매점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영유아가 유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규제 사각지대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도미향 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영아들이 다니는 길목에 전자담배 가게가 있는 것 그 자체가 가시적 유해 환경"이라며 "어린이집도 유치원처럼 교육과 보호의 기능을 하는데, 어린이집만 빠지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린이집도 교육환경 보호구역에 포함돼야 한다는 방향성은 갖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는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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