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까지 설비투자가 자동차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4년 만에 최대폭 증가했습니다.
최근 투자 회복세가 강해지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서는 연 200억 달러(28조 6천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 패키지가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됩니다.
2일 국가데이터처의 산업활동동향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산업 설비투자지수(원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습니다.
2021년(11.3%) 이후 동기 기준으로 4년 만에 최대폭입니다 자동차와 반도체가 투자 증가세를 이끌었습니다.
자동차 설비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15.6% 늘었습니다.
이는 2000년(33.9%)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폭입니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전환시설 확충,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 역시 15.7% 늘었습니다.
2021년(57.2%) 이후 4년 만에 최대폭 증가입니다.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 조정 마무리와 인공지능(AI)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초호황기(슈퍼 사이클)에 들어서며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설비투자는 지난 9월(계절조정)엔 전월보다 12.7% 증가했습니다.
올해 2월(21.3%) 이후 가장 큰 폭입니다.
역시 반도체 제조용 기계가 28.0% 증가하며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4분기 -1.8%, 올해 1분기 -1.7%에서 2분기엔 보합으로 올라서더니 올해 3분기에는 5.8%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소비 지표 역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올해 1∼9월 평균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했습니다.
2023년 -1.3%, 작년 -2.1% 등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하다가 올해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지난 7월 시작된 소비쿠폰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비스업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생산 불변지수는 1.6% 증가했습니다.
2023년(3.9%) 이후 2년 만에 최대폭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도소매업은 증가율이 2.0%로 2022년 3.2% 이후 가장 컸습니다.
숙박·음식점업은 -1.4%로 2년 연속 마이너스였습니다.
소비도 최근 회복세가 강해지는 모습입니다.
올해 3분기 소매판매(계절조정)는 1.5% 증가해 2021년 3분기(2.0%) 이후 16분기 만에 최대 폭 늘었습니다.
3분기 서비스업생산(계절조정) 중 도소매업은 전 분기보다 4.5% 증가해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숙박음식점업도 3분기 1.2% 증가해 2022년 3분기 2.5% 이후 12분기 만에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월별로 봐도 지난 9월 서비스업생산 증가율은 1.8%로 2023년 2월(1.8%)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전산업생산(원지수)은 작년 동기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 2020년 -1.1% 이후 5년 만에 가장 부진했습니다.
다만, 생산도 최근엔 회복세를 보이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지난 3분기 전산업생산(계절조정) 증가율은 1.1%로 8분기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건설경기는 역대 최악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9월 건설기성(불변)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0% 감소했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큰 폭입니다.
경제지표는 윤석열 정부 막바지에 고꾸라졌다가 새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건설기성 외엔 대체로 나아지는 모습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경제동향 브리핑에서 올해 연간 성장 전망을 기존 0.9%에서 1%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3천500억 달러 미국 투자 패키지가 국내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기존보다 관세율이 높고 대미 투자는 연 200억 한도가 있긴 해도 상당 규모로 해야 하다 보니 국내 투자가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러면 고용도 함께 줄어들면서 한국의 산업성장전략에 차질이 있을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