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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콩쿠르의 또 다른 승자, 이탈리아의 피아노 메이커 [스프]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입력 : 2025.11.03 09:02|수정 : 2025.11.0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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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hopin Institute
얼마 전 폐막한 제19회 쇼팽 피아노 콩쿠르는 피아노 메이커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수상자들이 어떤 브랜드 피아노를 쳤는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게 요즘의 트렌드이죠.

이번 대회는 전통적 강자였던 스타인웨이나 야마하 대신 신흥 강자인 파지올리, 시게루 가와이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일어났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SBS의 쇼팽 콩쿠르 '덕후' 이경원 기자, 김영욱 PD와 함께 탐구해 봅니다.

김영욱 PD : 이번에 이 피아니스트가 무슨 피아노를 쳤는지를 엄청 강조했어요. 파지올리가 1등 했다는 거예요. 이상하잖아요.

김수현 기자 : 예전에 피아노 메이커에 관심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는데.

김영욱 PD : 그럼 에릭 루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파지올리만 쳐야 되는 거예요. 만약에 이 말이 맞으려면.

김수현 기자 : 그 콘서트홀에 파지올리가 맞는 피아노였을 수도 있죠.

김영욱 PD : 그럴 수도 있는 건데, 실력과 연관시켜서 이상한 거예요.

이경원 기자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김수현 기자 : 지난번 (우승자) 브루스 리우도 파지올리였어요.

이경원 기자 : 근데 에릭 루는 2015년에 야마하 쳤어요.

김수현 기자 : 맞아요. 근데 이번에 야마하가 별로 많지 않더라고요.

이경원 기자 : 지난번에도 결선에 없어서.

김수현 기자 : 시게루 가와이가 올라오고.

이경원 기자 : 2010년 율리아나 아브제예바가 야마하로 첫 우승을 해서 바이럴이 커졌지만 이후로는 별로 성과가 좋지 않았다.

김수현 기자 : 조성진은 스타인웨이였고 갈라 콘서트 때 피아노도 파지올리가 나오더라고요.

김영욱 PD : 알렉상드르 타로의 에세이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 읽고 있는데, 피아니스트가 쓴 책 중에서 제일 재미있어요. 얇고 금방 볼 수 있는데, 그런 챕터가 있어요. 우리가 비슷비슷한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피아노 제작자들이 그렇게 만든다는 거예요.

이경원 기자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김영욱 PD : 예전에는 결함이 많아도 플레옐 피아노 소리 다르고 뵈젠도르퍼 피아노, 벡스타인 피아노 등 너무 달라서 피아니스트들이 '내 DNA는 저거야' 그 사람의 소리가 있었는데 비슷비슷해지고, 공연장이 커지니까 음량을 키우는 데 다들 목을 매게 됐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모든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의 소리가 똑같아지는 거예요.

그 시장을 귀신같이 보고 여우같이 움직인 게 파지올리라고. 파지올리 딱 한 번 쳐봤지만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요. 뭘 표현하려고 하면 개복치 같이 반응해 줘요. 파지올리를 선택하는 피아니스트들은 다른 소리를 내는 그 부분을 눈치챘다고 봐요.

이경원 기자 : 테크닉적으로 얘기하면 누를 때 타건이 좀 가벼운가요?

김영욱 PD : 다른 피아노보다 작은 힘으로도 다이내믹이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잘못 치면 이상해질 수도 있어요. 해상도가 높은 캔버스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경원 기자 : 쇼팽 콩쿠르에는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나오니까 그런 리스크는 없을 것 같은데요.

김영욱 PD : 큰 무대에 오른 경력이 많은 사람이라도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망할 수 있는 아주 예민한 피아노고요.

이경원 기자 : 쇼팽 콩쿠르에 관한 쇼츠 같은 거 보면, 같은 곡인데 피아노만 다를 때를 비교하는데, 얼마나 변인이 통제된 거예요? 연주자만 다르고 곡도 같고 공연장도 같고 녹음 기술까지 똑같으니까 그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싶어서 들어보면 '난 막귀인가?' 잘 모르겠는 거예요.

챗GPT한테 물어보니까 시게루 가와이는 청명하고 파지올리는 텁텁하다는 식의 설명이 있는데 잘 못 느끼겠더라고요.

김영욱 PD : 피아노별로도 그 정도의 뉘앙스 차이는 있어요. 똑같은 파지올리라도 달라요. 그것을 브랜드별로 얘기하기에는... 특히 비싼 피아노일수록 비슷해요.
쇼팽 콩쿠르사진 : Chopin Institute

김수현 기자 : 조율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회사 행사에 빌릴 일이 있었는데, 협찬으로 빌릴 수 있는 게 야마하였어요. 연주자의 조건이, 특정 조율사를 데려와서 야마하지만 스타인웨이처럼 들리도록 조율해 달라는 거였어요. 비슷하게 된다는 겁니다. 음색도 바꿀 수 있다고 들었거든요. 물론 좀 더 손이 많이 가죠.

김영욱 PD : 야마하가 좀 세게 치면서 쇳소리가 나거든요. 그러면 양모 있는 부분을 더 깎고 손톱으로 하면 부드러워지고.

김수현 기자 : 그 부분을 다듬는 거예요. 조율 명장 취재하는데, 소리를 조각한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바늘로 찔러서 공기를 좀 더 머금으면 소리가 달라진다는 거예요. 우리가 보기에는 뭔가 싶지만, 그게 차이를 만든다는 거예요.

이경원 기자 : 장인의 의존도가 높은데 세대교체가 많이 됐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사실 스타인웨이 독주 체제였잖아요. 70~80% 선택해야 되는데 이번에도 절반밖에 선택을 안 했어요. 원래는 대부분 스타인웨이고. 아브제예바가 야마하로 우승했을 때 얼마나 기사가 많이 나왔어요?

근데 이제는 결선에서 시게루 가와이나 파지올리가 더 많고. 장인들의 기술 전수, 세대교체가 잘 되지 않은 게 큰 이유 같다. 그게 평준화를 만들었다, 이런 분석도 있더라고요.

김영욱 PD : 지금 스타인웨이가 정체돼 있다는 얘기인가요?

이경원 기자 : 좀 더 발전된 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얘기들도 있길래.

김수현 기자 : 글쎄요. 그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는데.

김영욱 PD : 국제대회 나가는데 계속 스타인웨이 치다가 갑자기 거기 가서 15분 주고 고르라고 한다면서요. 거기서 피아노를 바꾼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이미 정했을 거예요. 그런 차원에서 스타인웨이가 너무 고자세로 나온 건 아닌지.

김수현 기자 : 어차피 기득권자니까 긴장감 없이. 지난번 쇼핑 콩쿠르 때 들었던 얘기인데, 스타인웨이는 자기네 피아노를 선택한 연주자에 대한 특전이 없다고 했어요.

사실 시게루 가와이는 별로 없었던 거거든요. 그러면 굉장히 특전이 있다고 했었어요. 이를테면 연습실까지 차가 와서 모시고, 시게루 가와이를 선택한 연주자에게 세분화된 서비스를 해 준다고 들었거든요. 근데 스타인웨이는 더 필요 없으니까 스타인웨이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김영욱 PD : 그래서 도대체 뭘 어쨌길래 저렇게 상황이 바뀌었는지 궁금한 거예요. 사실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스타인웨이의 장점이 가장 우아한 소리를 낸다는 것도 있지만 제일 기복이 없어요. 피아노를 바꿔도 제일 비슷한 소리가 나서, 프로 연주자들이 스타인웨이를 찾는 이유가 있거든요.

근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갑자기 판도가 바뀌지? 너무 궁금해요. 물론 좋은 피아노를 만들어낸다는 게 있겠죠. 파지올리가 1년에 150대만 한정, 그래서 업라이트도 안 만들잖아요. 파지올리가 150대나 팔려? 깜짝 놀랐어요.

김수현 기자 : 한국에서는 거의 안 팔린 걸로 알고 있어요.

김영욱 PD : 한 3억 하죠?

김수현 기자 : 엄청 비싸다고 알고 있어요.

이경원 기자 : 2022년에 처음 론칭됐죠? 브루스 리우가 우승하고 나서 들어왔으니까.

김수현 기자 : 맞아요. 한국에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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