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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APEC 본회의 불참, 미 리더십 타격…중 영향력 확대 기회"

장선이 기자

입력 : 2025.10.31 10:16|수정 : 2025.10.31 10:16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 불참하고 조기 귀국한 데 대해 미국 언론은 부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AP 통신은 현지시간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이 지역에서 미국의 평판을 훼손하고 APEC 본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비되면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열어줬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산 김해공항에서 시 주석과 1시간 40분간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귀국행에 올라 1박 2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우선주의를 내세워 양자회담에서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하는 반면, 다자주의 등 전후 체제를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다음 달 22∼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할 계획이라고 일찌감치 선언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네스코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서 탈퇴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외교적 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APEC 불참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참석 자체를 중요시하는 아시아 문화의 특수성을 간과한 외교적 결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글로벌 상품 교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지역 협의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 온 아시아태평양 전략과도 모순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체계적이고 일관된 전략에 의해 자신의 행동이 제한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고명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이상과 가치,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이미지와는 다르다"며 "그래서 미국의 평판이 분명 나빠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미국의 지위와 힘이 정말로 쇠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재는 미국을 '일방주의'로 비판해 온 시 주석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AP는 지적했습니다.

중국 학자들은 "세계가 '포스트 미국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리더십이 하락한 미국을 대신할 국가로 중국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지혜'와 '중국의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대안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할 계획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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