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킥보드 없는 거리 
"카페에서 문 열고 나오다가 킥보드랑 부딪힐 뻔했어요. 인도에서 킥보드 타도 되는 건가요?"
최근 인천에서 어린 딸과 산책하던 30대 여성이 중학생 2명이 몰던 전동 킥보드와 부딪혀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전동 킥보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는 상당 기간 사회 문제가 되면서 '킥라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전동 킥보드와 고라니를 결합한 '킥라니'는 시골 도로에서 갑자기 차량 앞에 나타나는 고라니처럼 킥보드 탑승자가 도로나 인도상에 갑자기 나타나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아 생긴 표현입니다.
전동 킥보드와 관련해 법적 안전 규정도 정비된 상태지만 여전히 인도를 걷다가 킥보드에 치일 뻔한 경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운전면허 등의 조건이 필요하고, 인도에선 주행이 금지돼 있는데도 현장에서 이런 내용들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서 사고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의 한 종류입니다.
주로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1인용 교통수단을 의미하는 PM에는 전동 킥보드 외에 전동이륜평행차, 전동 외륜보드 등이 포함됩니다.
이런 PM은 기본적으로 차(車)로 분류됩니다.
도로교통법은 차의 범위를 '사람 또는 가축의 힘이나 그 밖의 동력으로 도로에서 운전되는 것'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PM은 기본적으로 자동차와 동일한 규제를 받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하듯이 PM 역시 운행하려면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 이상의 면허증이 필요하며 자전거도로나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서만 주행이 가능합니다.
인도에서 주행하다 적발될 경우 3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또 보도에서 주행하던 중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면 12대 중과실 사고로 분류돼 보험 가입이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면허 운전도 횡행하고 있습니다.
PM을 운전할 수 있는 면허는 만 16세 이상부터 취득할 수 있습니다.
인천 충돌사고 가해자처럼 중학생이 PM을 타는 것은 불법이라는 의미입니다.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운전했다 적발되면 1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여러 명이 전동 킥보드에 동시 탑승해도 안 됩니다.
2인 이상 탑승에 대해선 범칙금이 4만 원입니다.
그러나 PM의 인도 주행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인도에서 PM을 타다 적발된 건수는 지난해 1천411건, 2023년에는 1천664건에 이릅니다.
올해는 6월까지 546건 적발돼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1천 건을 웃돌 것으로 보입니다.
PM을 타고 인도로 통행하다 발생한 교통사고도 2023년 415건, 2024년 402건이었습니다.
이로 인한 부상자도 433명(2023년), 411명(2024년)에 달했습니다.
PM은 차로 간주되는 만큼 음주운전도 안 됩니다.
음주운전 시 20만 원 이하의 범칙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가 부과되며 혈중알콜농도 0.03% 이상이면 면허 정지, 0.08% 이상이면 취소 처분을 받습니다.
야간 운전 시 전조등과 후미등을 켜고 운전해야 하는 야간 등화 의무도 있습니다.
주행 중 스마트폰이나 이어폰 등의 통화 장치 사용도 금지돼 있습니다.
주차 역시 주차 표지가 있는 지정 주차구역이나 전봇대 등 구조물 옆에 주차해야 합니다.
자전거 역시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돼 인도 주행은 불법입니다.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야 하며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서 시속 20㎞를 넘지 않도록 서행해야 합니다.
또한 자전거 횡단도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합니다.
전기자전거도 당연히 인도 운행이 금지됩니다.
전기자전거는 페달을 밟으면 모터의 힘이 보조하는 파스(Pedal Assist System, PAS)형과 오토바이처럼 페달을 밟지 않아도 핸들의 가속기 레버를 조작하면 바퀴가 움직이는 스로틀(Throttle)형으로 구분됩니다.
어느 종류든 전기자전거의 인도 주행은 안됩니다.
2018년 초까지만 해도 자전거도로 진입도 불가해 차도로만 다녀야 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 최대 속도 25㎞/h 미만 ▲ 최대 무게 30㎏ 미만 ▲ 안전 확인 신고가 된 전기자전거에 한해 자전거도로 주행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파스형이 자전거로 분류돼 만 13세 이상이면 운행 가능한 것과 달리 스로틀형은 PM처럼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구분돼 만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이상 보유자만 운행 가능합니다.
안전모 착용도 필수입니다.
면허 없이 스로틀형을 운전했다면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되며, 만 13세 미만 어린이 탑승 시 보호자에게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됩니다.
이런 법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는 공유자전거는 대부분 파스형입니다.
그러나 자전거가 인도를 통행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린이, 노인,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신체장애인이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 도로의 파손, 도로공사나 그 밖의 장애 등으로 도로를 통행할 수 없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도로교통법은 유모차와 보행보조용 의자차(의료기기 기준 규격에 따른 수동 휠체어, 전동 휠체어 및 의료용 스쿠터), 노약자용 보행기, 놀이기구(일반 킥보드, 롤러스케이트,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포함) 등을 차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동 수단은 인도에서 주행이 가능합니다.
다만 놀이기구에 해당하는 일반 킥보드, 롤러스케이트,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등은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의 나이에 따라 교통사고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2022년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13세 미만 어린이가 아닌 사람이 이런 놀이기구를 타다가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차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는 13세 이상인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 등이 인도나 차도에서 이러한 놀이기구를 타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 차로 간주해 교통사고로 처리된다는 의미입니다.
나아가 사람이 다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규정에도 현실에선 PM 충돌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PM은 주행거리가 짧은 특성에 비해 피해가 큰 편이라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PM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천232건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는 23명, 부상자는 2천48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22년 이후로는 사망자가 매년 20여 명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PM 운전자가 통행 방법을 위반하고 보도로 통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차종에 비해 차대 사람 사고 비율이 높은 편"이라면서 "또한 PM은 사고 발생 시 외부 충격에서 신체를 보호해주는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어 구조물에 부딪히거나 충돌 후 본인이 뒤집혀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용자 및 관련 업체의 법 미준수 문제도 주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엄연히 면허가 필요하지만 무면허 운전이 위법 행위임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특히 미성년자의 무면허 운전이 빈번합니다.
지난해 적발된 PM 무면허 운전 3만5천382건 중 55%가 운전자가 19세 이하에 해당했습니다.
PM 대여 업체의 모바일 앱에 운전면허 확인 절차가 있지만 이를 바로 인증하지 않아도 대여가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10대들이 가족들의 신분증을 활용해 PM을 빌리고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국회에 면허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됐습니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전동 킥보드 대여 사업자가 이용자의 면허 소지 여부 확인을 의무화하는 한편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