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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 용의자 몰린 고 윤동일 씨 재심서 무죄…33년 만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0.30 14:14|수정 : 2025.10.30 15:30


▲ 이춘재가 증언한 법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확인된 '고(故) 윤동일 씨 강제추행치상 사건' 재심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수원지법 형사15부(정윤섭 부장판사)는 오늘(30일) 윤 씨의 재심 사건 선고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에서 한 자백은 불법 구금과 강압 수사로 인한 정황이 있는 점 고려하면 신빙성이 없다"며 "재심 판결을 통해 많이 늦었지만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이 명예를 회복하고 많은 고통을 받았을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판시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윤 씨에게 무죄를 구형하며 "오랜 시간 불명예를 안고 지낸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사죄드린다"고 사과했습니다.

윤동일 씨의 친형 윤 모 씨는 오늘 윤동일 씨 대신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부의 판결을 들었습니다.

그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 "재판을 들으면서 울컥했고 동생도 홀가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무죄를 선고해 주신 판사님과 검사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박준영 변호사는 "국가로부터 큰 피해를 본 분들이 충분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 행사를 못 하는 여러 사정이 안타깝다"며 "이 사건 결과를 지켜보는 다른 피해자분들이 계신다면 도움을 받아 국가로부터 위로받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오늘 재판에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2020년 수원지법 재심에서 사건 발생 32년 만에 무죄를 받은 윤성여(58) 씨도 참석해 윤동일 씨의 무죄 선고를 축하했습니다.

윤성여 씨는 "고인이 되신 분은 동네 후배"라며 "이번 선고로 명예를 회복해 하늘나라에서 아마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동일 씨는 1991년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돼 그해 4월 23일 수원지법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윤 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으나 모두 기각돼 1992년 1심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윤 씨가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입건된 당시 그는 이춘재 살인사건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바 있습니다.

다행히 9차 사건 피해자 교복에서 채취된 정액과 윤 씨의 혈액 감정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면서 살인 혐의를 벗었으나, 당시 수사기관이 조작된 별도 사건인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윤 씨를 기소했다는 게 윤 씨 측의 입장입니다.

윤 씨는 이 사건으로 수개월간 옥살이를 해야 했으며, 집행유예 선고로 출소한 이후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암 투병 생활을 하던 그는 결국 26세이던 1997년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는 2022년 12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불법체포·가혹행위·자백 강요·증거 조작 및 은폐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법원은 지난해 7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이번 재심 무죄 선고는 윤 씨가 1992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지 33년 만입니다.

윤 씨 유족은 2023년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5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기한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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