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들
한국인 대학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떠돕니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했다가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지난 18일 국내로 송환되면서 이들 중 수십 명이 모두 지방의 한 대학 출신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습니다.
한국인 사기 피의자 64명이 국내 송환된 뒤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이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송환자 중 45명이 충남경찰청으로 대거 이송되면서 이들이 모두 충남 지역의 A 대학 출신이라는 주장이 SNS에서 퍼졌습니다.
이에 대해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송환돼 조사받은 피의자들은 고향 선후배의 소개,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 등 다양한 경로로 범죄에 가담했고 출신 대학에서 별다른 공통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소문이 퍼진 데는 앞서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 끝에 숨진 한국인 대학생 사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숨진 대학생 박 모 씨는 A 대학에 재학 중이었고, 같은 대학 선배의 소개로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범죄 조직에 연루돼 사망했습니다.
이후 송환된 피의자 40여 명이 공교롭게도 대학생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충남경찰청에서 조사받으면서 해당 사건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성 주장이 와전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A 대학 관계자도 "(사망한 학생과 소개한 선배) 2명 외에 캄보디아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없다"며 "따라서 충남경찰청으로 이송된 45명이 전부 A 대학 학생이라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또 "한국인 송환자 대부분이 중국 동포(조선족)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경찰은 중국 동포가 포함돼 있는지, 포함돼 있다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등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피의자들의 얼굴이라며 온라인에 돌고 있는 사진도 실제 피의자들의 사진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해당 사진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들이 손을 모은 채 일렬로 서 있는 모습과 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여권들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이 사진들의 원래 출처는 캄보디아 경찰이 공개한 프놈펜 지역의 온라인 사기 범죄 조직 사진입니다.
피의자 중 한국인이 포함돼 있지만 이들이 이번에 송환된 사람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캄보디아 매체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9월 15일 캄보디아 정부와 경찰은 프놈펜 지구의 한 건물에서 온라인 사기 조직 및 불법 숙박업소를 운영한 일당 48명을 체포했습니다.
체포된 이들은 한국인 33명, 캄보디아인 13명, 네팔인 1명, 방글라데시인 1명입니다.
캄보디아 당국은 체포된 이들의 사진과 현장에서 압수한 여권 35개를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했는데 해당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이번 송환자들의 사진과 여권으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캄보디아 범죄 조직과 관련해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영상이 실제 영상으로 둔갑해 확산하기도 합니다.
최근 SNS에는 캄보디아 범죄 배후로 지목된 천즈 프린스 그룹 회장의 행방을 둘러싸고 각종 추측성 글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프린스 그룹은 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하며 캄보디아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기업집단입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인신매매·온라인 사기·불법 감금 등 각종 강력범죄의 배후 조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천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실종설까지 나오자 국내외 커뮤니티에서는 "천 회장이 성형한 뒤 돌아다니고 있다" 같은 주장이 퍼지고 있습니다.
틱톡에는 천 회장과 유사한 외모의 남성이 공항에서 입국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유됐습니다.
베트남어 자막이 달린 원 게시글에는 'AI로 제작한 영상'임이 명시됐지만, 해당 영상이 다른 SNS와 커뮤니티로 퍼지는 과정에서 "천즈 회장이 당당하게 돌아다니고 있다"는 내용으로 발전했습니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의 참상을 고발하는 AI 영상도 비슷한 방식으로 실제 영상인 것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게시된 영상에는 "실제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각색한 영상"이라는 설명이 붙었지만, 이 영상이 다른 플랫폼으로 공유되면서 이런 설명은 사라진 채 실제 캄보디아 영상으로 오인되고 있습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등 자극적인 정보들이 콘텐츠 수용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콘텐츠의 출처를 최대한 확인하려는 수용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