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기동하는 이스라엘군 탱크
가자지구 휴전이 2단계로 진척되지 못하는 가운데 휴전 1단계를 위해 이스라엘군이 그은 임시 경계선이 영구적인 국경선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6일 영국 가디언은 가자지구 내 휴전선을 표시한 임시 노란색 경계선이 점차 새로운 국경선이 돼 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1단계 상태에서 자신들의 통제 지역을 표시하기 위해 200m 간격으로 노란색 콘크리트 블록을 설치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어진 경계선은 가자지구를 반으로 나눕니다.
이 중 서부 지역에서는 하마스가 '친이스라엘' 무장단체 대원을 공개 처형하는 등 이스라엘이 부분적으로 철수한 틈을 타 이 지역을 재장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절반인 동부와 남·북부 국경 지역은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발효된 휴전 협정에 따라 그어진 경계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53%를 점령하게 돼 있습니다.
다만 영국 BBC 방송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설치한 노란색 블록은 이 경계선보다 수백 m 씩 더 서쪽으로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스라엘군이 이 경계선에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발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계선에 접근하는 사람에게 무차별 발포하라는 지시는 지난 19일 가자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군 2명이 팔레스타인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사망한 사건 이후 이스라엘의 카츠 국방부 장관의 명령으로 내려졌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휴전 이후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하루 평균 팔레스타인인 20명이 사망하는데, 이 중 다수는 노란 선 인근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가자 주민들은 노란색 경계선이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접근하면 총알이 날아온다고 전했습니다.
노란색 선 동쪽에 집이 있는 무함마드 칼리드 아부 알후세인(31) 씨는 "우리 쪽에서는 노란 선이 잘 안 보인다.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를 알 수가 없다"며 "집에 가까워지기만 하면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오고 드론이 우리를 감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망한 인질 시신의 송환이 지체되면서 휴전 1단계가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데다 2단계 협상 역시 난항이 예상되면서 노란색 경계선이 영구적인 국경선이 될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휴전 2단계에서는 하마스 무장해제와 가자지구의 전후 통치 방식, 국제안정화군 배치 등을 다루는데, 이견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군사 전문기자인 요아브 지툰은 노란 선이 "가자지구를 축소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허용하는 높고 정교한 장벽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난민 지원단체인 국제난민(RI)의 제러미 코니딕도 노란 선을 두고 "서서히 진행되는 사실상의 가자 병합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