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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일본의 교훈…경기부양 목적의 건설투자는 위험"

유덕기 기자

입력 : 2025.10.26 13:43|수정 : 2025.10.26 13:43


▲ 한국은행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나치게 건설 투자에 의존하는 정책이 일본 등 해외 전례에 비춰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한국은행은 오늘(26일) 공개한 '일본과 중국 건설투자 장기 부진의 경험·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에도 건설 중심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한 결과, 정부와 가계의 부채가 늘어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초 경제의 거품(버블)이 꺼진 직후 경기 침체에 대응해 1990년대 후반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경기 부양 정책을 발표했는데, 도로·철도·항만·공항·댐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의 건설 투자가 주요 대책이었습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경기 대책의 일환으로 가계의 주택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주택대출 공제 등 세제 우대 정책을 시행하고 주택금융공고 등 공공금융기관이 대출도 늘렸습니다.

이런 정책이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하와 베이비붐 세대의 자가 구매 수요와 맞물려 주택건설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한은은 "장기적으로 일본 버블 붕괴 직후 수년간 이어진 건설투자 중심의 경기 부양책은 경기회복 효과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고 경제 체질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구체적으로 비효율적 공공투자 배분, 지방경제의 건설업 의존 심화,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가계소비의 장기부진, 재정상황 악화 등의 문제점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주택대출 세액공제, 공공금융기관 주택대출 취급 확대 등으로 차입을 통한 주택구매가 늘었지만, 주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2000년대 들어 부채 상환(디레버리징)이 이뤄지면서 가계소비는 장기간 제약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은은 "중국 건설투자 침체도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막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부양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며 "중국 내 사회갈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고, 과거 일본의 경험도 참조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보면,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 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 결국 가계 또는 정부 부채 누증을 통해 경기 회복력이 저하되고 건설 투자의 장기 부진도 불가피하다"며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하고 인구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때 인공지능(AI)·기후변화에 대응한 인프라 고도화 등의 건설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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