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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후 주역 배우 바뀌었는데…런던 관객들 항의 대신 박수? [스프]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입력 : 2025.10.27 09:00|수정 : 2025.10.27 09:00

[더 골라듣는 뉴스룸] 뮤지컬 학회장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고희경
런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극장. 화제의 배우가 공연 1부까지만 출연하고 2부에는 대타 배우가 등장했습니다. 관객들은 커튼콜에서 대타로 출연한 배우에게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환불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이는 '배우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징을 상기하게 하는 일화이기도 합니다. 스타 시스템, 팬덤 문화, 장기 공연이 어려운 구조적 현실…. 한국 뮤지컬 산업의 특징과 과제들을 고희경 한국뮤지컬협회 초대 회장과 함께 이야기해 봤습니다.

김수현 기자 : 요즘 한국 뮤지컬 극장에 가면 외국인 관객들이 종종 보여요. 신기하더라고요.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전에는 팬처럼 왔는데 지금은 그냥 관객으로서 오는.

이병희 아나운서 : 관광 와서 '한국 뮤지컬 보고 가야지'.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런던, 뉴욕처럼 서울 가면 '가서 뮤지컬 봐야지'.

이병희 아나운서 : 우리도 런던 갈 때 미리 (뮤지컬 표) 끊고 가듯이.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와서 <외쳐, 조선!> 보고 <레드북> 보고 <어쩌면 해피엔딩> 보는 날이 이미 와 있는지 모르겠고, 그렇다면 이분들은 또 어떻게 할 건가. 지난번 포럼 때 박은태 배우가 '외국 관객들이 와서 표 사기가 어려운데 이거 좀 편리하게 해 주면 안 되나' 얘기하더라고요.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니까 배우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았어요.

숙제가 많겠지만 숙제를 만드는 것도 학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뒤에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관객 몇 명이냐, 매출은 얼마냐도 사실 정확하게 안 나오거든요. 이런 문제도 시끄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 '저 사람 해결은 안 하고 문제만 제기하네' 이럴 수도 있는데.

김수현 기자 : 원래 학회가 해결을 하는 곳은 아니죠.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그럼요. 서로 얘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드는. 요즘 '비평가의 역할이 뭐냐' 이런 얘기들도 많이 하는데, 전에는 오피니언 리더가 좋다고 하면 좋은 작품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세상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밀한 의미에서 비평의 역할도 가지면서 시장에서의 팬덤도 고민하는 건전한 시장을 만들고, 이런 발언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한국 뮤지컬 시장이 해외와 다른 것을 느끼긴 하거든요. 우리는 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인 것 같고, 해외에서는 주연 배우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빠지더라도 그렇게 큰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정말 아니더라고요. 제가 이번에 런던 가서 진짜 배우 때문에 하는 <에비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주인공을 했던 레이첼 지글러 배우가 <에비타> 주인공을 해서 엄청 화제고 티켓도 정말 비쌌거든요. 배우가 2부에 바뀌었어요. 1부까지 레이첼 지글러가 하고 2부 시작할 때 제일 유명한 노래를 발코니에 나가서 해요. 런던 시민들이 공연을 보고, 극장에 있는 사람은 영상으로 봐요.

제가 본 날 이 배우가 1부까지는 공연을 했는데 2부에서 갑자기 교체됐어요. 장황하게 설명도 안 하고 '교체된다'만 딱 안내하고 하는데, 티켓 값이 320파운드였거든요. 그런데 교체가 됐어요. 제일 중요한 그 노래는 다른 커버를 하는 배우가 했습니다.

근데 그 배우가 10번이나 커튼콜을 받았어요. 다음날 약간 스캔들처럼 기사가 났지만 오히려 '이것이 뮤지컬 시어터 인더스트리의 일이다' 이렇게 정의하더라고요. 우리 같으면 런던에 온 티켓 값과 정신적 배상 운운할지도 모르겠는데 되게 좋게 봤고, 스타 캐스팅한 아주 유명한 프로덕션이었는데도 그럴 수 있다. 사실 라이브 공연이라는 건 언제나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너무 잘하기 때문에 시장을 키운 데는 배우들의 역량이 컸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잘 담아낼 거냐 하는 문제도 있죠. 대학로는 대학로대로 대극장은 대극장대로 다른 문화들이 있는데,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많이 연구하는데 뮤지컬 팬덤에 대해 조심스러워서 연구를 못 하고 있는 부분도 공론화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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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 '시체 관극' 같은 얘기도 나오고. 가치 판단을 하기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어떤 사람들한테는 그 문화가 장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거고.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새롭게 뮤지컬에 관심 있어서 오신 관객들한테는 진입 장벽처럼 배타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도 있거든요.

김수현 기자 : '내가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내서 좋아하는 배우를 보려고 왔는데 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시끄럽게 해?' 그것도 일리가 있거든요. 쉬운 문제는 아니죠.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옳다 그르다라기보다는 서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논의 자체를 뒤에서만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런 논의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거고요.

김수현 기자 : '전용 극장이 있어야 된다' 한동안 뮤지컬 업계 숙제였거든요. 지금은 좀 어떤가요?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아직도 극장이 부족하다는 얘기들을 하기는 하는데.

김수현 기자 : 극장을 장기 대관하려면 경쟁이 치열하고, 극장이 없어서 공연을 못하고.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극장이 여전히 갑이고. 학회보다 극장장의 입장에서 보면, 저희는 700석 극장인데 약간 애매한 위치예요.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장기 공연을 할 수 있는 극장이 있으면 산업화가 될 거라고. 우리나라는 '3개월 공연하고 닫았다가 또 다른 공연 3개월 하고' 이렇게 되고 있는데, 요즘 잘 되는 공연이 6개월, 9개월씩 가고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안착이 되면.

관광객들이 '한국에 가면 항상 <레드북>을 하고 있어요, <외쳐, 조선!>을 하고 있어요' 알고 있었는데 끝난 경우가 많았는데, 콘텐츠가 확실하게 생기면. 조금씩 생기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작품들이 길게 하는 것을 봐서는. <어쩌면 해피엔딩>도 그런 사례가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또 변화가 올 것 같고.

2천 년대 초반 <오페라의 유령>을 하면서 뮤지컬 전용 극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금의 샤롯데나 블루스퀘어가 생겼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갈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고. 전용 극장은 1년, 2년 한다고 하면 샤롯데나 블루스퀘어는 작품이 좋으면 3개월 단위로 묶이지 않고 좀 길게 가는 것 같고,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극장이 더 많이 지어져야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대학로는 연극하는 극장이 없고 다 뮤지컬 극장으로 바뀌면서 연극하는 분들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하는데, 건강한 접점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수현 기자 : 스타 배우와 앙상블 배우의 너무 큰 격차, 이런 것도.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이게 협회가 할 일일까, 학회가 할 일일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협회도 배우와 프로듀서가 입장이 다른데, 말하자면 노사처럼 사용자와 고용인의 입장이기도 한데, 미국은 이미 노조와 사용자 협회가 분명히 있어서. 시장이 커지면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거죠. 스타 배우들은 왜 그렇게 하고 빈익빈 부익부가 너무 커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게 뭘까.

학생들이 앙상블을 시작 안 하려고 하기도 해요. 그렇게 되면 평생 앙상블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럼 앙상블을 안 하면 어떻게 되냐'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다 보면 빨리 해결책도 찾잖아요. 시장이 커져야 논의할 수 있는 것 같고, 그런 논의를 뒤에서만 하지 않고 나서서 할 때가 되긴 됐다. 협회도 그래서 '주관이 누구냐, 배우냐 제작자냐'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김수현 기자 : 갑자기 생각난 게 또 있어요. 멀티 캐스팅.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배우 중심 시장이라서 아무래도 그렇죠. 외국에서 생각하지 않는 경우고.

김수현 기자 : 예전에 외국 작품 라이선스 공연할 경우 외국 제작사에서 '우리는 원 캐스트가 원칙이야' 해서 원 캐스트를 한 적도 있죠. 몇 년 뒤에는 한국 사정을 알고 '여러 명이 맡아서 하자' 그러더라고요.

고희경 뮤지컬 학회장 : 2010년 전후로는 그렇게 주장하는 데들이 있었고 그때만 해도 더블 캐스팅까지는 봐주지만 트리플은 약간 그런 분위기.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3명, 4명. 배우들도 최소 한 작품을 공연하면서 다른 걸 연습하는 것을 기본값처럼 생각하는 상황이 되긴 했는데, 이것도 작품 길게 갈 수 있으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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