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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집값, 성장률 갉아먹어" 금리 인하는 천천히?

한지연 기자

입력 : 2025.10.24 09:04|수정 : 2025.10.2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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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어제(23일) 기준금리가 또 동결됐죠.

<기자>

한국은행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5%, 세 번째 연속 동결했습니다.

지난 7, 8월에 이어 이번에도 금리를 내리지 않은 건데요.

시장에서는 10월쯤에는 한 차례 인하가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수도권 집값 과열과 원화 약세가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이 사실상 내년 상반기로 넘어갔다"는 관전평이 나왔습니다.

KB·하나·메리츠 등 주요 증권사들도 "한은이 부동산 안정과 원 달러 환율 방어를 더 중요하게 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환율은 지난 8월 말 금통위 이후 한 달 사이 35원 정도 올랐습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물가 불안이 다시 번질 수 있죠.

이창용 총재도 "지금 인하를 서두르면 부동산과 환율이 동시에 불안해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강조했습니다.

한은이 이번에 내린 판단은 '성장률 둔화보다 금융 안정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로도 읽힙니다.

즉, 경기부양보다 시장 불씨를 진정시키는 쪽에 무게를 둔 겁니다.

<앵커>

이창용 총재 말대로 지금 집값이나 환율, 뭘 봐도 금리 내릴 상황이 아니기는 해요.

<기자>

맞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우리나라의 서울 수도권 집값이 소득 수준 대비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즉, 부동산 가격이 자산이 아닌 주거 비용으로 작용해야 하는데 투자 대상으로 바뀌면서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셋째 주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5% 상승했습니다.

추석 직후 규제 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되기 전, '막판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 컸습니다.

특히 성동구, 광진구, 강동구 등 한강벨트 지역은 1% 넘게 뛰면서 역대급 상승률을 보였고요.

경기 과천, 분당도 주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른바 '영끌 매수', '갭투자'가 다시 늘면서 규제 발표 직전에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습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대출이 더 쉬워지기 때문에 이런 과열 흐름을 자극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동결의 핵심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은 워낙 많은 사회적 요인이 있어서 금리 정책으로 완벽하게 조절할 수 없다"면서도 "한은은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지 않겠다는 스탠스"라고 말했습니다.

즉, 통화정책이 시장에 불을 붙이는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죠.

<앵커>

금리야 당분간 못 내리겠죠?

<기자>

지금 분위기로는 내년 상반기 빠르면 1분기 말, 늦으면 2분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한미 간 관세 협상, 미·중 반도체 갈등,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여러 변수들이 얽혀 있어서 방향을 쉽게 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한은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 기조는 유지하되 속도는 천천히 가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2명은 여전히 '동결 유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인하 의견 5에, 동결 의견 1이었는데 이번에는 인하 4, 동결 2로 바뀐 겁니다.

즉, 인하 쪽으로는 움직이지만, 한 발씩만 가는 신중한 스탠스입니다.

이 총재는 물가 전망도 언급했습니다.

유가가 올해 들어 18% 정도 떨어지고,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 수요 압력이 크지 않다며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습니다.

다만 자산시장 버블에 대해서는 AI 산업 버블은 일부 있지만, 한국 증시는 아직 과열 수준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신호를 '느린 인하, 선택적 완화'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내년 1분기보다는 부동산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환율이 안정되는 2분기쯤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결국 이번 금통위는 단순한 동결이 아니라, '속도를 늦춘 동결', 즉 '집값 안정이 확인돼야 인하에 나선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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