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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찾아온 아빠, 시작된 악몽…기댈 곳 없다

정다은 기자

입력 : 2025.10.22 22:58|수정 : 2025.10.2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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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모나 형제에게 성폭력을 당한 아동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받은 충격과 상처를 극복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탐사 보도부 정다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대 중반의 여성 A 씨는 어릴 때 겪었던 끔찍한 일 때문에 수차례 자해를 시도했습니다.

2살 때부터 언니와 보육원에서 살던 중 12살 되던 해, 갑자기 아빠가 찾아와 함께 살게 됐는데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A 씨/친족 성폭력 피해자 : 눈에 보이는 거 뭐 파리채 야구 방망이 나무 각목 이런 거 잡고 막 마구잡이로 때렸어요.]

성폭력에도 시달렸습니다.

[A 씨/친족 성폭력 피해자 :자기 위로 올라와라 한다거나 그냥 자연스럽게… 그게 전 몰랐어요. 나쁜 짓인지.]

중학생 때 몸 곳곳에 난 멍을 발견한 교사 신고로 친족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 아빠는 구속됐고, 자신은 친족 성폭력 보호시설로 보내졌습니다.

A 씨는 성인이 된 지금도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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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의 여성 B 씨,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한 뒤 고모 집에서 살게 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고모의 폭력, 그리고 고모부의 강제추행이 이어졌습니다.

B 씨가 중학교에 들어가던 해,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친족 성폭력 보호시설로 가게 됐는데 성인이 된 지금도 심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B 씨/친족 성폭력 피해자 : 불안증 이런 게 엄청 많아서 어두워지거나 이러면 엄청 겁이 많아지거든요. 기댈 곳이 없다 보니까.]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트라우마가 이렇게 심한데도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가정폭력을 당한 아동들은 복지시설에서 나간 뒤에도 5년간 전국 17개 자립지원 전담기관에서 경제적, 정신적 고통과 관련해 상담을 받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권선미/특별지원 보호시설 상담원 : 이 친구들은 사실은 (시설을) 나가면 기댈 곳이 없어요. 어디 도움 요청할 데도 없으니까 저희한테 연락할 수밖에 없는 거죠.]

지난 5년간, 전국 4곳의 친족 성폭력 보호시설에서 머물다 나간 피해자는 114명.

여전히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려도 전담 기관이 없다 보니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최재영,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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