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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안공항 참사 원인을 조사하는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가 참사 발생 9개월이 지나서야 안전권고를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조사가 끝나기 전이라도 당장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발표하는 게 안전 권고인데요, 너무 뒷북인 데다, 내용도 부실했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월 미국 워싱턴 DC 상공에서 군용 헬기와 여객기가 충돌해 67명이 사망했습니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NTSB는 한 달여 만에 연방항공청에 대해 3건의 긴급 안전권고를 발표했습니다.
[그레고리 페이스/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전 사고조사관 : 우리는 (사고 조사가 끝날 걸로 보이는) 2년 후가 아닌, 지금 당장 항공 안전을 개선해야 합니다.]
한 달 앞서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조사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달랐습니다.
콘크리트 둔덕 형태 방위각 시설에 대한 긴급 안전권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겁니다.
예산과 인력을 통제하는 정부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항철위가 참사 9개월이 지나고 국정감사를 앞둔 10월 2일, 국토부와 공항공사 등을 상대로 안전권고를 내놓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여론에 쫓긴 정부가 이미 활주로 시설 개선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느닷없는 뒷북 권고인 셈입니다.
[신동훈/조종사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 : 조금이라도 책임 소재 언급이 나오는 건 꺼리는 거죠.]
내용도 문제입니다.
NTSB의 긴급 권고는 비행경로 분석과 충돌위험 계산을 통해 헬기의 운항금지 구역 신설과 대체항로 지정 등 대안까지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철위의 이번 권고는, 조류 충돌 위험 관리와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이착륙 경로 인근 장비와 시설물을 개선하라는 단 1줄씩에 불과했습니다.
[김규왕/한서대 항공운항과 교수 : 일본이나 뭐 대부분 문제점이 되는 걸 차곡차곡 잘 써서 구체적 개선 권고가 나오지, 두루뭉술하게 이렇게 나오지 않거든요.]
항철위는 "많은 토론과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라면서도 뒷북 권고의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NTSB 전 위원들은 이런 지적을 내놓은 바가 있습니다.
[제프 구제티/미국 항공청 전 사고조사국장 :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NTSB가 교통부에서 분리된 겁니다. NTSB가 FAA(항공청)에 권고를 하려 했지만 FAA는 '우리를 망신 주지 말아 달라, 같은 식구니까 내부적으로 처리하자'고 했어요.]
항철위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는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주용진,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제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