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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 가담자 '몰랐다' '강요받아' 변명, 법원서 안 통해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0.21 10:21|수정 : 2025.10.21 10:21


▲ 20일 오후 충남경찰청에서 사기 혐의로 수사받는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들이 충남 홍성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들이 대거 송환돼 구속된 가운데 관련 범죄에 대한 가담자들의 처벌 수위에 대한 궁금증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5개월간 캄보디아 범죄단체 활동과 관련한 부산·울산·대구·춘천지법 판결문 6건을 분석한 결과 가담자들은 대부분 형법 114조 범죄단체가입 및 활동,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형량은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양형 인자를 고려해 결정되는데 범행 가담 정도와 기간, 피해 금액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6건의 판결 중 가장 무거운 7년 형이 선고된 올해 9월 대구지법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 A 씨는 2020년 6월 24일부터 1년간 범죄단체에서 팀장급으로 활동했습니다.

해당 기간 이 조직은 피해자 239명을 속여 104억 2천380여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됩니다.

A 씨와 함께 기소된 인출팀 직원에 대해서는 1년 4개월간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3년형이 선고됐습니다.

가담 기간이 매우 짧아도 실형이 내려졌습니다.

지난 5월 선고된 부산지법 형사 4단독 판결문을 보면 콜센터 직원으로 활동한 피고인 2명은 가담 기간이 각각 20일, 22일에 불과하지만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 1개월, 징역 2년 3개월로 감형됐습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감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 외벽에 철조망이 깔려있다.
가담자들은 '출국 전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몰랐고 속아서 갔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올해 7월 선고된 춘천지방법원 판결문을 보면 '캄보디아에서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연인에게 법원은 "피고인들은 적어도 자신들이 불법적인 일을 하거나 범죄에 가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고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달 선고된 부산지법 17단독 판결문에서도 "피고인들이 기망당했거나 불법행위에 연루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무런 고지 없이 범죄단체에 가입했던 것이 아니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통장을 제공하거나 자금 세탁책으로 활동해 "구체적인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범행 방식을 몰라 범죄단체와 공모관계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 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담자 대부분은 '범행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부산지법 17단독은 판결문에서 근무 시간 외에는 휴대전화를 빼앗기지 않아 게임을 했고, 개인 와이파이가 있었던 점, 벌금을 내면 퇴사가 가능한 점 등을 근거로 강압적인 분위기는 있었으나 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강요된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달 선고된 부산지법 3단독 판결문에는 '총기를 든 경비원', '컴퓨터 화면을 감시하는 CCTV' 등이 있는 범죄 단체에서 활동한 콜센터 직원에 대해서도 강요된 행위로 판단하지 않고 "즉시 탈퇴하거나 범행을 중단하지 못한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양형에서만 이를 고려했습니다.

앞서 춘천지법 판결문에서도 피고인은 강요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친구와 카카오톡을 하며 '감금됐다, 너무 무섭다를 시전하셈', '들어갔는데 감금당했다 이런 식으로 말하라는데'와 같은 처벌을 피하려는 대화를 한 흔적이 나오면서 그 주장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8일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했다가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을 전세기로 국내에 송환했고 검경은 오늘(21일)까지 49명을 구속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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