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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영화 같은 도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4명의 절도범이 사다리차를 타고 들어가 왕실 보석들을 가지고 달아난 겁니다. 관람객이 많은 일요일, 그것도 단 7분 만에 범행이 이뤄졌습니다.
김민표 기자입니다.
<김민표 기자>
루브르 박물관 2층의 깨진 창문 주변에서 경찰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습니다.
외벽에는 절도범들이 이용한 사다리차가 걸쳐져 있습니다.
4명의 절도범은 대담하게도 관람객으로 붐비는 일요일, 개장 30분쯤 뒤에 침입했습니다.
프랑스 왕실 보석들이 전시된 곳, 아폴론 갤러리가 표적이었습니다.
이들은 강화유리를 잘라 보석 9점을 훔친 뒤 전동 스쿠터를 타고 재빨리 박물관을 빠져나갔습니다.
불과 7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라시다 다티/프랑스 문화장관 : 범행 시간이 매우 짧았습니다. 전문 절도단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범행에 쓰인 용접용 토치와 전동 절단기 등도 발견됐습니다.
범인들이 도주 과정에서 떨어뜨린 나폴레옹 3세 부인의 왕관 한 점은 산산 조각난 채 회수됐습니다.
휴일 박물관을 찾았던 관람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우르르 빠져나가야 했고 일대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라이언 엘 만다리/여행 가이드 : 박물관 직원들이 '나가, 나가, 대피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박물관 측은 절도범들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작업자처럼 접근한 데다, 혼잡한 시간대여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경보가 뒤늦게 울리는 등 보안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역사에 대한 공격이라며 범인들을 반드시 검거해 유물을 되찾겠다고 말했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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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 루브르에서 사라진 보석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유물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지 언론들은 세기의 도난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6년 전 노트르담 성당이 화재로 무너졌을 때와 맞먹는 충격이라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어서 김경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경희 기자>
태양왕, 루이 14세의 지시로 만들어진 아폴론 갤러리는 루브르에서도 가장 화려한 공간으로, 국가의 보석함으로도 불립니다.
왕실 보석들이 주로 전시돼 있는데 절도범들은 이 중 9점을 노렸습니다.
나폴레옹 1세가 두 번째 부인에게 결혼 선물로 줬다는 목걸이는 32개의 에메랄드와 1천100여 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됐습니다.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화려한 티아라는 19세기 초반 제작된 왕실의 소장품이었고, 범인들이 달아나다 떨어뜨린 왕관 역시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왕후의 것으로 다이아몬드 1천여 개 등으로 제작됐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도난당한 전시품의 피해액을 산정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예술적, 역사적 가치를 고려하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란 평가가 나옵니다.
[알렉상드로 지켈로/예술품 경매소 대표 : 이들은 프랑스의 유산일 뿐 아니라 인류 보편의 유산이기도 합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탔을 때처럼 큰 충격입니다.]
현지 언론은 박물관 개장 시간에 침입해 보란 듯 보석들을 훔친 이번 사건을 세기의 절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루브르의 도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폴론 갤러리와 불과 250m 떨어진 곳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지난 1911년 박물관 직원이 훔쳐 갔다가 팔 곳을 찾지 못해 결국 2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유물들은 귀금속으로의 가치만 해도 어마어마해서, 절도범들이 이를 녹여서 유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정용화, 디자인 : 방민주, 영상 : Musee du Louv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