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배터리 2025' 개막
그간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우려에 지지부진하던 이차전지주 주가가 이달 들어 대폭 반등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고공행진 중입니다.
향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증권가 일각에서는 추세적 상승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모습입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장지수펀드(ETF)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로 51.37% 급등했습니다.
해당 ETF는 국내 주요 이차전지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수익률을 정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즉, 이차전지 주가가 상승할 때 2배로 이익을 얻습니다.
이 상품 수익률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에 투자하는 'TIGER200IT레버리지' ETF 상승률(43.29%)을 웃돌았습니다.
이차전지주에 투자하는 또 다른 상품인 'TIGER 2차전지 TOP10 레버리지'(41.3%), 'TIGER 2차전지소재Fn'(32.9%),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32.4%), 'BNK2차전지양극재'(31.1%), 'SOL2차전지소부장Fn'(27.8%) 등도 줄줄이 수익률 상위 10위 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달 이들 종목이 ETF 하락률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것과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KODEX 2차전지 산업 레버리지'는 지난 9월 한 달간 5.1% 하락했으며 'TIGER 2차전지 TOP10 레버리지'도 4.6% 내려 지난달 하락률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최근 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간 이차전지주 투자심리를 짓눌렀던 전기차 수요 정체 우려가 일부 해소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ESS가 이차전지 기업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부상한 측면도 있습니다.
아울러 미·중 무역 갈등 속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수출이 제한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지고,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3일 시장 기대치를 웃돈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점도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 전기차(EV) 보조금 축소 이후 국내 이차전지 업종의 실적 하향 조정 우려가 주가를 눌러왔으나, 최근 들어 ESS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는 추세"라며 "또한 유럽 시장의 견조한 전기차 수요와 중국의 배터리 소재·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도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 국내 주요 이차전지 10개 기업으로 구성된 'KRX 이차전지톱10지수'는 이달 들어 19.4% 급등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9.5%)을 웃돌았습니다.
17일 기준 이 지수를 구성하는 10개 기업의 시가총액 총합은 241조1천700억원으로 지난달 말(194조 1천810억 원) 대비 46조 9천890억 원 불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이차전지 기업의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고,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이후 실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주가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9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35% 늘어 증가 폭이 컸지만, 전기차 보조금 폐지 전 선주문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며 "시장은 내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보조금 폐지 이후에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10% 이상 성장률을 방어하느냐 여부가 주가 하방을 지켜주는 기준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10%대의 매출 성장 속에서 70% 혹은 그 이상의 이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는 현재의 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과도하다"며 "재고평가손실 환입 등 일회성 효과로 3분기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배터리 기업의 단기 트레이딩(매매) 기회는 있을 것이나, 이후 내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과정을 소화해야 해 추세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ESS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기대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점도 우려 요인입니다.
이용욱 연구원은 "ESS 성장 기대에 비해 양극재 업체들의 직접적인 수혜 강도는 다소 제한적"이라며 "내년 미국 ESS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국내 양극재 업체들은 아직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양극재만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