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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보안 구멍 또 드러나…퇴직자 PC 유출 의혹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0.16 06:41|수정 : 2025.10.16 06:41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보안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퇴직 예정자가 자신이 쓰던 컴퓨터를 그냥 들고 나오는 유출사건이 발생했지만, 정작 항우연은 1달 반 가까이 이를 모르고 있다가 국회의원실 질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23년과 올해 초 두 차례 기술유출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항우연이지만 여전히 연구보안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오늘(16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퇴직한 항우연 모 책임연구원은 퇴직 2주 전 주말인 8월 16일 외부인인 남편과 함께 항우연에 들어와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와 모니터를 포함한 다수의 물품을 외부로 운반했습니다.

항우연은 나급 국가보안기관으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물품 반출도 엄격히 관리해야 하지만, 연구원이 본관 건물에 외부인과 함께 들어와 그간 연구에 쓰인 컴퓨터 등을 들고나갔음에도 전혀 제지가 없었습니다.

연구 데이터 등 유출이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의원실 지적이 있기 전까지 항우연은 45일간 유출사건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 의원실이 9월 30일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항우연에 사건 개요를 요청하고 나서야 항우연은 이 연구원이 주말에 PC를 외부 반출한 정황을 처음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우연은 뒤늦게 내부 협의와 보고를 거쳐 이달 2일에야 우주항공청과 국가정보원에 유출사건을 보고했습니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부정행위를 상위기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위기관인 우주청에 보고한 것입니다.

우주청과 국정원은 이를 접수한 후 관련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으며, 항우연은 조사를 마친 지난 14일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항우연은 최근 수년간 잇따른 연구보안 사건이 발생해 왔음에도 이런 유출 사건을 막을 장치를 갖추지 못해 연구보안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항우연은 지난 2023년 연구원 4명이 하드디스크 등 저장장치를 붙였다 떼어내고 기술자료를 열람했다는 의혹으로 감사를 받았으며, 올해 3월에도 기술유출 문제로 연구자가 경찰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주청과 항우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최민희 의원은 "내부 직원이 나급 보안기관인 항우연 본관에 외부인을 동행해 연구용 PC를 반출했음에도, 국회가 지적하기 전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항우연이 사실상 보안 무풍지대였다는 방증"이라며 "항우연에서 보안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관리 부실과 보안 불감증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항우연 보안업무규정 제4조는 기관장의 보안책임을 명시하고 있다"며 "잇따라 발생하는 보안 사고에 대해 원장은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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