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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비밀 감옥 고문 수법 공개…2003년 전문 기밀 해제

장선이 기자

입력 : 2025.10.14 17:34|수정 : 2025.10.14 17:34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감옥에서 알카에다 관련 용의자를 고문하는 데 쓰인 수법을 담은 기밀 해제 전문이 공개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습니다.

NYT에 따르면 쿠바 내 미국 조차지인 관타나모 해군기지 내 수용소의 한 수감자를 변호하고 있는 변호사 제임스 G 코널 Ⅲ세가 이 9페이지짜리 문서를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이 문서는 기밀 해제가 됐다고는 하지만 거의 모든 내용이 가려진 상태로 공개됐습니다.

공개된 내용 중에는 '블랙 사이트'(black site)로 불리던, 지금은 폐쇄된 CIA의 비밀 감옥들에서 20여 년 전에 저질러지던 고문 수법이 실려 있습니다.

이 전문의 일부에는 2002년부터 수감 중인 '아브드 알-라힘 알-나시리'라는 수감자가 어떤 수법으로 고문을 당했는지 나와 있습니다.

그는 한동안 '워터보딩'이라는 방식의 물고문을 당하던 중 익사할뻔했으며, "CIA를 위해 일하던 심리학자들"은 그의 체격이 작아서 워터보딩용 기구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2002년 10월 다른 곳으로 옮겨져서 다른 수법의 고문을 당했습니다.

CIA의 고문 기술자들은 그를 나체 혹은 기저귀만 채운 상태로 만들고 팔에 족쇄를 채워서 머리 위로 올리도록 한 후 '기립 스트레스 자세'로 세워 놓고 60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 자세'는 고통을 가하고 신경, 관절, 혈관계, 근육 등에 부상을 입히면서도 흉터는 남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문 기술자들이 즐겨 쓰는 수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문 기술자들은 그에게 팔에 족쇄를 채워서 위로 들어 올린 상태에서 몸 가까이에 무선 전동드릴을 대고 작동시키고, 머리에 자루를 씌워 놓았다가 권총을 머리에 가져댄 상태에서 자루를 벗기는 방식으로 고문하기도 했습니다.

알-나시리는 2000년 10월 예멘 아덴항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 'USS 콜'에 대한 자살 폭탄 테러와 관련해 기소됐으며, 내년 6월에 재판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2007년 한 군판사는 CIA에 의해 구금돼 있을 당시 알-나시리가 가혹행위를 당했으므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알-나시리의 변론을 맡은 변호인은 이번 문서를 공개한 코널 변호사가 아니라 다른 인물입니다.

알-나시리는 사형 재판을 피하는 조건으로 유죄를 인정할 용의가 있다는 문서에 작년 12월 서명했으며, 변호팀은 군 검찰이 이런 유죄 인정 용의 의향을 결정권자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에게 전달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근거로 관타나모 해군기지의 군사법정 재판부에 공소 기각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다만 상세한 내용은 봉인(비공개)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 CIA는 심리학자들에게 의뢰해 '강화된 심문'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고문 기술들을 개발해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 이래 최소 119명의 테러 용의자들에게 사용했습니다.

CIA가 고문 기술 개발 의뢰를 위해 체결한 계약 규모는 1억 8천만 달러였으며, 실제로 지불한 돈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8천100만 달러였습니다.

미국 연방상원 정보위원회는 2014년 12월 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실태에 대한 약 500쪽 분량의 요약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전문에 나오는 고문 수법들은 이 요약 보고서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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