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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로 작고 10주기를 맞은 천경자 화백의 대규모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위작 논란을 뒤로하고, 화가 천경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 / 2026년 1월 25일까지 / 서울미술관]
멀리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아래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이 평화롭게 거닐고 있고, 코끼리 등 위에는 벌거벗은 채 웅크린 여성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강렬한 햇빛과 야생동물들의 당당함에 대비되는 찬란한 슬픔이 번져 나옵니다.
붉은색을 배경으로 머리 위에는 꽃들이 화려하고 어깨에는 나비가 한 마리 앉아 있습니다.
꼭 다문 입술과 텅 비어 보이는 흰색 동공을 통해 알 수 없는 고독한 여심을 암시합니다.
1980년대 하와이를 여행하며 그린 작품에서도 싱싱한 생명력이 전해지기는 하지만, 긴 목과 공허해 보이는 동공에는 고독이 숨어 있습니다.
[김현주/서울미술관 전시기획팀장 : 천경자라고 하는 것은 당당하고 아주 관습적인 여성상을 깨는 아주 당당한 여성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그린 여성은 아름다운 여자, 미인도가 아닌 여성 초상화이다.]
1972년 베트남 참전 군인들과 함께하며 그린 그림과 다양한 동물 그림들까지 천경자 화백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안진우/서울미술관 이사장 : 천경자 선생님을 더 이상 위작 논란이라든지 미인도 사건이 아닌 한 명의 작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전통적인 한국화를 벗어나 대담하고 화려한 채색 기법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화가 천경자의 진면목에 집중했다는 겁니다.
[안병광/서울미술관 회장 : 작고 10주기를 기리는 이번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가 천경자 작가의 위대한 귀환이자, 찬란한 전설의 시작 첫 페이지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80여 점의 채색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천경자의 화업 60년을 오롯이 조명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호진,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