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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적사고] 식물도 '인바디'로 건강 체크

서동균 기자

입력 : 2025.10.12 20:43|수정 : 2025.10.1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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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사람 인바디처럼 건강 체크를 할 수 있는 건가요?) 예. 건강 체크를 할 수 있습니다.]

대전의 한 고추냉이 농장.

서늘하고 습기 많은 환경을 좋아하는 고추냉이, 즉 와사비는 우리나라에서는 재배하기 까다로운 작물입니다.

그래서 기온과 습도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팜에서 키웁니다.

[((와사비) 이파리나 그런 것도 먹는다는 거죠?) 네~ 한 번 드셔 보시죠. (좀 매워요.) 이제 코로 더 매울 거예요.]

고추냉이의 상태에 따라 기온과 수분을 세밀히 조절해야 합니다.

[홍순집/고추냉이 농장주 : 좋아야 되거든요. 보기가. 아 그럼 잘 자라는구나 이게 우리가 알지만, 얘에 대한 속을 더 정밀하게 우리가 볼 수가 있다면 더욱 크고 더 잘 자라고 100%에서 120%의 효과를.]

식물의 속을 정밀하게, 전기적 신호를 이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습니다.

이파리에 머리카락 1천분의 1 수준의 얇은 전극 센서를 도포하고,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전기 신호를 포착합니다.

전극 센서는 식물 이파리 표면에도 잘 붙도록 유연하게 만들었는데, 사람과 식물에 무해한 소재를 섬유 형태로 뽑아 만들었습니다.

[김재준/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그거를 아는 게 저는 가장 우선이라고. 조직이 바뀌거나 또 조직에 해당되는 세포막의 성분이 바뀌거나 이런 것 때문에 전기가 흐르는 정도로.]

이렇게 하면 이파리가 누렇게 변하거나 시들어버리기 전에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전극을 붙이지 않고도 알아내는 방법은 카이스트 연구팀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식물이 병해충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병해충의 천적을 부를 수 있게 냄새 분자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방출되는데 이걸 포착하는 원리입니다.

냄새 분자를 잡는 전극 센서를 옆에 두고 식물에 상처를 입혔더니, 스트레스 지수가 감지됩니다.

[박인규/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 인바디 측정하는 것처럼 식물이 이렇게 내는 이런 가스들, 일종의 자기의 호흡을 우리가 측정을 해 가지고 이게 지금 어떤 건강 상태인가.]

아픈 식물이 필요한 게 뭔지 알아내는 기술도 있습니다.

인천대 연구팀은 식물 줄기 안쪽 물관에 센서를 삽입해서, 다양한 이온들의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부족한 영양소를 파악해 치료법을 찾을 수 있고, 줄기 속 칼륨 이온 농도로 영양분이 잘 이동하는지 등도 알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산림연구소와 함께 소나무에 전극을 삽입하고 7주 동안 관찰했더니 밤마다 잎의 생장을 돕는 칼륨 이온 농도가 주기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상길/인천대 나노바이오공학과 교수 : 이온들이 식물한테는 어떻게 보면 영양소이기 때문에, 이온 농도를 감지해서 작물의 건강도 우리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해.]

또, 줄기 속 질산염 농도를 측정하면 과도한 비료 사용을 줄여 환경 오염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은 기후 변화로 달라진 농업 환경, 그리고 우주 농업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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