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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였다니'…나이 먹으면 시간 더 빨라

입력 : 2025.10.11 07:24|수정 : 2025.10.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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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긴 추석 연휴도 끝나고 올해도 2달 남짓 남았는데요. 요즘 유독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고 느끼시나요?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말, 이게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

실제로 나이와 시간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여럿 있습니다.

첫 번째 생체시계의 차이, 뇌 안에는 시간 감각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신경회로가 존재합니다.

특히 뇌 속 선조체라는 구조 안에 있는 신경회로가 체감 시간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데요, 이 회로가 규칙적으로 진동할 때 우리는 '시간이 흐른다'라고 느낍니다.

과학자들은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회로가 다른 속도로 진동하기 때문에 각자 느끼는 시간의 길이가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 회로는 왜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에서 다르게 움직일까요?

바로 도파민 때문입니다.

선조체 신경회로의 진동수를 조절하는 중요한 입력 신호 중 하나가 도파민인데요.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 때는 선조체의 회로가 빠르게 진동하여 시간에 대한 내 안의 리듬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바깥세상의 모든 게 느리게 느껴지고, 반대로 도파민이 적게 분비될 때는 천천히 진동하기 때문에 바깥세상의 모든 것이 빠르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두 번째, 시간 지각 수축.

미국 듀크대 애드리안 베얀 교수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시계 시간과 마음으로 느끼는 마음 시간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마음 시간이란 일련의 이미지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주관적 시간입니다.

즉, 뇌는 인지한 이미지가 바뀌는 속도를 기준으로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고요. 신체가 노화하면 뇌가 이미지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져서 덩달아 이미지가 변화하는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시간이 압축되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30분이라도 간판도 읽어보고 지나가는 차도 구경하면서 새로운 이미지가 쏟아지는 어린 시절의 등굣길은 길게 느껴지고, 반복적이고 처리 속도까지 느려진 어른의 출근길은 훨씬 짧게 느껴진다는 거죠.

세 번째로 시간의 비율 이론, 영국 바스대의 수리생물학 교수인 크리스티안 예이츠는 마음 시간을 대수 비례 함수로 설명합니다.

우리가 인지하는 시간은 우리가 이미 살았던 기간의 비율에 좌우된다는데요.

5살 아이에게 1년은 자신의 삶의 5분의 1, 즉 20% 이지만 50살에게는 자신의 삶에 2% 밖에 안되죠 10살이 5년 동안 겪는 경험이 40살이 20년간 겪는 경험과 같은 비율인 셈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1년이라는 시간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이 점점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론도 알았으니 시간을 느리게 흘러가도록 만들 수 있겠죠?

전문가들은 새롭고 자극적인 경험을 자주 하는 것이 도파민 수치를 증가시키고 선조체의 시간 감각 회로를 빠르게 진동시켜서 결국 같은 시간도 길게 느껴지게 할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뻔한 이야기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말이 실제 우리에게 긴 인생을 안겨주는 과학적 지혜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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