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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이었죠. 미 육군의 정책과 예산을 관장하는 대니얼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이 방한해서 언론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미국 육군장관이라고 하니까 직책이 좀 생소하실 수 있는데, 미국은 국방부 산하에 육군부, 해군부, 공군부를 각각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저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서 몇 가지 질문들을 던져봤는데요.
드리스콜 장관이 답변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했던 이슈, 조금은 뜻밖의 단어였습니다. 다름 아닌 '드론'입니다.
20분 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드론이라는 단어만 7차례 등장했습니다.
드리스콜 장관이 드론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까지 표현을 했냐면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one of the biggest threats for mankind)"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한반도 역시 드론의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단 뜻을 내비치면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죠.
[대니얼 드리스콜/미국 육군장관 : 우리나라와 여러분의 나라가 직면한 드론 위협을 생각해 보면 이는 군사기지뿐 아니라 항만, 경기장과 공연장, 그리고 국경에서도 발생하는 위협입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중국과 러시아가 생산하고 있는 드론 대수를 콕 집어서 언급했다는 점인데요.
[대니얼 드리스콜/미국 육군장관 : 지금 생산되고 있는 드론의 양을 보면 중국은 약 1천300만 대, 러시아는 약 400만 대를 생산했습니다. 물량 자체가 위협입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인류가 맞닥뜨려야 하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문제입니다.]
압도적 역량을 과시해 온 1위 군사 대국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드론을 이렇게나 의식하는 이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났듯이 현대 전장에서의 드론의 파괴력 더는 무시할 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현재 미국의 드론 관련 역량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드론은 전쟁을 이기는 열쇠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드론 제조부터 군인들의 사용 훈련 드론 방어 시스템까지 모두 중국 러시아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 드론 산업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상업 드론의 70%를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데, 기술의 활용은 동면의 양면과 같죠.
상업용으로 쓰이는 기술이 곧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말엔 재사용이 가능한 극초음속 드론 MD-19 개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극초음속 드론은 한번 사용하면 폐기해야 했는데 이 기술이 개발되면 중국이 최초가 됩니다.
러시아는 어떨까요.
전장에서 드론의 효용성을 직접 확인한 러시아는 조기 교육 시스템까지 만들었습니다.
어린이 드론 훈련학교를 세워서 군용 드론의 조작과 제작법을 가르치기로 했는데, 교사는 대부분 러우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로 채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매체에서는 러시아 당국이 드론 전문가 100만 명을 양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입니다.
8월 말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드리스콜 장관에게 드론 대응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 설립을 공개적으로 지시했고요.
[피트 헤그세스/미국 국방부 장관 : 적대 국가의 드론의 위협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것(TF구성)을 대드론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될 것입니다.]
미국의 2026년도 국방 예산안은 재래식 공중, 해상 자산보다 드론, 장거리 미사일 분야를 우선하고 있다는 것이 외신의 분석입니다.
드리스콜 장관은 한반도가 있는 이 지역에 기준 위협이 있다고 규정하면서 첨단 무기 체계 배치를 원한다고 했는데요
기준 위협, 영어로는 페이싱 트레트(pacing threat)라는 표현을 썼는데, 미국이 중국을 가리킬 때 쓰는 용어입니다.
[대니얼 드리스콜/미국 육군장관 : 우리의 최첨단 장비들을 이곳의 미군 장병들과 동맹들이 운용하기를 원합니다. 그런 것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하고요.]
이 답변은요, 미국이 드론 등을 요격할 수 있는 차세대 방공시스템 IFPC를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한 것에 대한 질문을 하니까 나온 말입니다.
즉, IFPC 배치가 중국의 드론 위협과 무관한 조치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보입니다.
미국은 킬러 드론으로 불리는 리퍼 무인공격기 부대도 군산 공군기지에 창설했는데, 중국 드론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미 국방 당국의 기조가 주한미군 면면을 통해서도 속속 확인이 되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드리스콜 장관은 기자 간담회 다음 날엔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만났습니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화두는 드론이었습니다.
국방부는 양 장관이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에 공감하면서, 드론의 공동 연구·생산·운영 등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해 우방국과의 드론 협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드론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생각 같습니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통해 직접 드론 역량을 쌓은 우크라이나도 이러한 협력 대상 국가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미국산 무기 구매 협정과 함께 우크라이나산 무인기 시스템을 판매하는 드론 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지난달 말에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서명한 행정명령 1403의 이름은 '미국 드론의 지배력 강화'입니다.
미국이 드론 기술과 작전에서 세계적 우위를 확보하도록 규제 완화와 산업 지원을 추진하겠단 건데 드론 분야에서는 미국이 선발 주자인 중국을 추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취재 : 김아영, 구성 : 이호건, 영상편집 : 이승진,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