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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석방 수용에도 "하마스, 트럼프 구상에 내부 분열"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10.04 14:39|수정 : 2025.10.04 14:39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평화 구상'에 대해 여전히 내부에서 심각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3일 아랍 중재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 중 핵심 조항 중 하나인 무장해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인질 석방의 조건에 대해서도 하마스 내부에서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하마스의 수석 협상가 칼릴 알하이야와 정치국 간부들은 트럼프 구상을 수용하자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정치국의 여론은 가자지구에 근거를 둔 하마스의 군사 조직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입니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을 이끄는 이즈 알딘 알하다드는 무장 해제에 대해 로켓과 같은 공격 무기는 포기할 수 있지만, 소총 등 소형 무기는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가자지구 하마스 내부에는 무장 해제 요구를 사실상 '항복'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지도부가 무장 해제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전투원들이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무기를 반납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하마스 지도부가 트럼프 구상에 합의할 경우 전투원들이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으로 이탈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인질들을 72시간 내 석방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반발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스라엘이 인질을 넘겨받은 뒤 하마스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 내 하마스 지도부에선 인질 석방이 이스라엘군의 철수 일정과 연계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아랍 중재국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앞서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생존자와 유해를 포함한 모든 인질을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하마스는 "세부 사항 논의를 위해 즉각 중재자를 통한 협상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인질 석방 조건에 대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내부 이견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이날 성명을 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날 하마스의 성명에 대해 "조건을 붙이지 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을 거부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마스가 무장 해제와 무조건 인질 석방이라는 핵심 조항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주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은 하마스의 지휘 체계는 붕괴했지만, 소규모 그룹이 독립적으로 게릴라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항쟁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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