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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택가 덮쳤다…'무색무취' 독성 가스 정체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입력 : 2025.10.02 20:57|수정 : 2025.10.0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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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재나 과일을 수입할 때 겉에 묻은 해충을 없애기 위해 고독성 화학 가스가 사용됩니다. 항만뿐 아니라 주택가 인근에서도 가스를 뿌리는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게 대기 중에 그대로 방출되면서 현장 작업자는 물론, 지역 주민 건강에도 영향이 우려됩니다.

장세만 기후환경전문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입 목재가 제재소 마당에 산같이 쌓였습니다.

목재에 거대한 녹색 덮개를 씌운 뒤 그 속에 고독성 화학가스, 메틸브로마이드를 주입하는 훈증 살충 작업이 이뤄집니다.

만 하루가 지나면 덮개를 여는데, 내부에 가득 찼던 화학 가스엔 별도 처리 없이 그냥 덮개를 걷어냅니다.

안에 있던 유독 가스가 대기에 배출되는 겁니다.

[방역업체 관계자 : 이 가스는 공기 중에 희석이 돼버리면 금방 없어져 버려요. 포집을 할 수가 없어요.]

쌓여 있는 나뭇단 근처로 간이 측정기를 가져가니 남은 가스가 배출 허용량 3ppm을 초과합니다.

문제는 작업장 바로 옆으로 보행로가 있고 주민들이 오간다는 점, 또 메틸브로마이드는 색도 냄새도 없어 알아차리기도 힘듭니다.

[현지 주민 : 엄청 많이 다녀요 이쪽으로. (제재소 앞에서) 식사 마치고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 드시는 분들도 많고….]

이런데도 안전준수 사항은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3m 떨어진 곳에 위험표시줄을 설치해야 하지만 없습니다.

방독면 착용 의무도 안 지켜집니다.

500m 떨어진 곳엔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메틸브로마이드는 가스 유출 시 최대 1.7km까지 퍼집니다.

특히 신경이나 생식계에 영향을 미쳐 고독성 농약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박은정/경희대 의대 교수(독성학) : 근처에 일반인들이 계신 곳에서 만약에 (메틸브로마이드가) 사용이 되고 또 환경 중으로 노출되게 되면 우려되는 부분이고요.]

뉴질랜드 등에서는 훈증 작업 후 독성가스가 대기에 퍼지지 않도록 파이프로 흡입해 정화 처리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규정이 없습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을 규제한다지만 '훈증시설'에 대해서는 운수, 창고업만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용우/국회 환노위원회(민주당) : (훈증시설 규제를) 운수 창고업에서만 배출하는 시설로 한정을 해버렸어요. 그러다 보니까 환경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관리 감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고요.]

유럽에서는 악취를 일부러 첨가해 독성 가스 누출을 인지하도록 한 제품이 있지만, 국내에선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이상학,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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