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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직장에서 일하는 게 죄입니까?" [스프]

최희진 기자

입력 : 2025.10.13 09:00|수정 : 2025.10.13 09:00

[갑갑한 오피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죄' (글 : 배가영 직장갑질119 대변인)


고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올해 초 직장갑질119는 주요 상담 사례를 토대로 '일터점검 체크리스트'(https://gabjil119-73420.waveon.me/)를 제작해 배포했다. 해당 체크리스트의 문항수는 총 20개로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4대 보험 가입 △최저임금 △임금명세서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지급 △주휴수당 지급 △휴업수당 지급 △휴게시간 준수 △근로시간 준수 △연차유급휴가 △공휴일, 근로자의 날 △금품청산 △해고예고 △서면통지 의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교육 실시 여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신고 절차 유무 △출산휴가 부여 △육아휴직 부여 △성차별 △기간제/단시간/파견 차별 관련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직장인들이 직장에 들어갈 때, 다닐 때, 나갈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아주 기초적인 노동조건들이다.

그렇다면 이 '아주 기초적인 노동조건'은 당연히 지켜지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기본 노동조건 20개 항목에 대한 준수 여부를 물어본 결과, 전체 평균 점수는 64.6점으로 60점대에 그쳤다. 기본 노동조건 준수 점수는 민간 기업일수록,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낮게 나타났으며, 실제 5인 미만 사업장의 기본 노동조건 준수 점수는 55.6점으로 공공기관(72점), 300인 이상(69.4점)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번 설문에서 특히 중요한 지점은 최저임금 지급, 주휴수당 지급, 4대 보험 가입, 임금명세서 교부, 모부성보호 등과 같이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의무조차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4대 보험 가입' 점수는 각각 63.2점, 64.9점으로 평균 및 300인 이상 사업장보다 8점가량 낮게 나타났으며, 최저임금 준수 점수 역시 66.3점에 그쳐 평균(70.5점)보다는 4.2점, 300인 이상 사업장(73.4점)보다는 7.1점 낮았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퇴사시 퇴직금 및 급여는 14일 이내 지급해야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사시 퇴직금 및 급여 제때 지급' 점수는 55.3점으로 평균(65.3점)보다는 10점 낮았고, 300인 이상 사업장(71.4점)보다는 16.4점 낮았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가장 유력한 원인은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다수의 노동관계법령 주요 규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아 사회 전반적으로 '사업장 규모가 작으면 노동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영세 사업장은 그러면 다 망한다'는 반발이 쏟아지곤 한다. 이는 '사업주가 힘들면 노동자에게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해 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반영된 주장이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자의 인격권, 생존권, 휴식권을 덜 보장해도 된다는 것이다. 노동관계법령이 보장하는 기초 노동질서가 말 그대로 최저선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에도 맞지 않고, 너무나 인권침해적인 발상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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