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웨스트엔드의 질리언 린 시어터에서 한국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이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실제 공연의 동선을 그대로 살린 뮤지컬 '압축판'이었죠. 변변한 무대 세트도 없이 빈 무대에서 하루 만에 공연을 올려야 하는 상황,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계속 발생해 리허설은 전쟁터 같았습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각오로 임한 공연은 런던 관객들의 환호성 속에 성공적으로 끝났는데요, 주역인 김수하 씨와 양희준 씨가 '기적 같은 공연이었다'고 표현한 그날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세요. 김수현 기자 : 질리언 린 시어터라는 곳에서 하셨던데 지금 '토토로' 공연하고 있는 곳이더라고요.
양희준 배우 : 네. 맞습니다.
김수현 기자 : 그러면 토토로 무대 장치는 치우는 게 아니라 잠깐 가리고 이런 식으로.
김수하 배우 : 뒤로 싹 밀어서 까만 커튼으로 쳐놓고, 사이드에 나무가 있어요. 나무는 마치 조선시대에 있던 나무인 양 두고, 객석 옆으로 밴드가 설치되어 있더라고요. 그 밴드 그대로 두고, 프롬프터 번역된 글이 나올 수 있게 TV 2대 설치하고, 무대 세트 없이 큰 대도구, 평상, 벤치, 큰 의자 정도로만 구성한 거의 빈 무대에서 조명과 배우들의 연기와 에너지로 채웠던 뜻깊은 공연이었습니다.
김수현 기자 : 평소에 하던 공연과 내용은 같지만 동선이라든지 평소에 쓰던 세트를 못 쓰니까 완전히 새로운 공연으로 연습하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양희준 배우 : 맞습니다. 걱정도 많이 했어요. 처음으로 해외에서 선보이는데 객석에서 보실 때 조금 비어 보이지 않을까, 심심해 보이지 않을까. 뮤지컬 하면 화려한 의상과 무대 세트를 보는 재미도 분명히 있는 건데. 그 빈 공간을 다들 하나가 돼서 에너지로 채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김수하 배우 : 저희가 가기 전까지 계속 상황이 바뀌었어요. 처음에 저희가 전달받은 것은 우리가 나갈 소대가 두 군데가 있다. 1포켓, 2포켓이 있다고 들었는데, 연습 중반부에 갑자기 소대를 1포켓밖에 못 쓴다고 전달을 받은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짰던 등퇴장 동선을 다 바꿔야 될 정도로 패닉이 왔는데, 가기 직전에 포켓이 두 개라는 걸 듣게 되고. 처음에 신을 구성할 때 한국 극장은 크고 새로 지어진 건물이니까 뒤로 소대를 상하수를 이동할 수 있는 데가 있는데, (런던 무대는) 오래된 극장일 뿐만 아니라 토토로 세트가 뒤에 있으니까 저희가 그 뒤를 못 가는 거예요.
그래서 분장실로 계단을 내려가서 7개의 문을 지나서 총 1분 30초가 걸린다는 얘기를 통보받은 거예요. 예를 들면 하수로 빠졌다가 얼른 상수로 뛰어가서 실제로 도망간 것처럼 다시 상수에서 등장하고 그걸 쫓아가는 인물이 상수에서 등장, 하수에서 등장, 이런 드라마틱한 연출을 못하게 된 거죠.
'어떡하지' 하는 와중에 포켓도 없어진다고 하니까 세트도 없고 가지도 못하는 각박한 환경 속에서 준비해서 갔죠. 그래서 정리했어요. 나간 데서 들어와야 된다. 상수로 퇴장했으면 상수로 등장하자. 시간이 많이 있으면 돌아서 나오는 걸로, 문을 통과해서.
양희준 배우 : 정말 미로 같습니다. 일자로 돼 있는 게 아니라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어디를 돌았다가 문을 열면 문이 3개.
김수하 배우 : 거기서 잘 가야 돼요.
양희준 배우 : 어떻게 잘 가면 또 문이 2개가 나오고, 결코 하나의 문이 나오진 않아요. 두세 개의 문이 계속 나오는데.
김수하 배우 : 영어로 쓰여 있거든요. '여기로 가면 길이다' 근데 저희는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까 그거를 무대 팀에서 다 써주셔서. '이쪽으로 가야 된다'
김수현 기자 : 미로 찾기처럼.
양희준 배우 : 미로 찾기였습니다. 백성들 등퇴장도 다 여건에 맞게 수정해서, 서울 공연을 하는 동시에 영국 버전을 준비했거든요. 공연 버전 따로 있고 영국 버전 따로 있으니까 공연 때도 헷갈리고. '영국 때는 어떻게 하더라?'
서울 공연이 끝난 후 연습할 공간이나 시간도 없이 영국 가서 하루 만에 해야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적처럼 됐습니다. 당시에는 '이게 될까? 시간도 그렇고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인데. 조명 할 시간도 없을 거고 음향 맞출 시간도 없을 거고, 이게 될까?' 했는데.
김수현 기자 : 어떻게 됐을까요? '토토로'를 하고 있는 극장인데 일요일까지 공연 다 하고 월요일에 하셨잖아요.
김수하 배우 : 일요일에 낮 공연만 있었어요. 저녁에 대관료를 내고 들어가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페이싱 정도. 음향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이 진짜 없었어요.
양희준 배우 : 무대 치우고, 비워야 되는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국 가서 치우는 거 계속 대기하다가 25분 정도 서 보고, 냄새만 맡고 내려왔어요.
김수하 배우 : 그러고 나서 다음날 아침 9시에 또 극장 들어갈 수 있어서 1시간 반 정도 맞춰보고 드레스 리허설하고 바로 저녁 공연했어요. 기적 같은 공연이었죠.
김수현 기자 : 콘서트라고 그래서, 그렇게까지 하신 줄 몰랐어요.
김수하 배우 : 그래서 낮에 리허설했을 때 없었던 조명이 공연 때 들어오기도 하고, 낮에 '너무 모니터 안 되는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저녁때 실시간으로 모니터와 음향이 좋아지고 있는 게 느껴지니까 '다 최선을 다해 주고 계시는구나'.
양희준 배우 : 드레스 리허설할 때는 '큰일 났다. 사고만 안 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왜냐하면 등퇴장할 때도 통로가 너무 좁으니까 서로 들어가고 나올 때 부딪히게 되고, 실제로 여러 번 다른 배우들도 나가면서 드레스 리허설 때 부딪히고, 정말 공연처럼 하는 점검 때마저도 이런저런 사고가 일어나니까 '공연 때 큰일 났다. 객석 차면 긴장돼서 실수가 안 나올 수가 없는데, 드레스 리허설 때도 이만큼 실수가 나오는데 어쩌면 좋지' 했는데 실수는 없었습니다. 신기하게.
김수하 배우 : 정말 드라마틱하죠. '외쳐, 조선!' 배우들 말고 뮤지컬 동료들이나 친구들은 부러워했어요. '런던 가니까 너무 좋겠다, 부럽다. 런던 가서 공연도 하고' 이랬는데 저희들은 정말 사느냐 죽느냐. (웃음)
양희준 배우 : 모두 예민해져서 '빨리빨리 정신 차려야 돼. 너 뭐 해' 다들 언성도 높아지고 부딪히니까 눈 돌고, 형이고 동생이고... (웃음) 다들 눈동자가 없어져서 영혼도 없어지니까 안 하던 실수를 하고 '정신 차리라고!' 오른발 오른손으로 걷는다든지, (웃음) 정말 그때...
김수하 배우 :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요. 점심 식사도 주셨는데 드레스 리허설이 30분 남은 거예요. 밥 먹을 시간이 없잖아요. 그 시간에 마이크 차고 준비하겠다. 대표님은 전전긍긍 '빨리 밥 먹어, 밥 먹어' 하시는데 '지금 밥 먹을 때 아니에요. 먹으면 체할 것 같아요' 점심 못 먹고 드레스 리허설하고 저녁 먹고 공연하고 끝났죠.
김수현 기자 : 그래도 공연 가까워지면서 좀 안정이 되셨나 봐요. 준비할 때는 막 다들 그랬다고 하는데.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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