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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장관, 타이완에 "칩 절반은 미국서 만들자" 압박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10.01 09:39|수정 : 2025.10.01 09:39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타이완에 반도체 절반은 미국에서 생산하자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28일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현 정부의 목표는 반도체 제조시설을 대폭 국내로 유치해 자체 칩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타이완에 '우리가 절반, 당신들이 절반을 만들어 50대 50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현 정부의 임기 말까지 반도체의 국내 생산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5천억 달러(약 700조 원)의 국내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타이완이 미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중국과는 인접해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타이완의 반도체 생산업체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첨단 공정의 시장점유율은 9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에서 TSMC의 독보적인 위상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서 타이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돼 이를 흔히 '실리콘 방패' 이론이라고 불립니다.

실제로 타이완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은 필요시 무력으로 타이완을 되찾겠다는 뜻을 밝혀왔으며, 올해 타이완 인근 해안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여러 차례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은 실리콘 방패 이론을 평가절하하며, 미국과 타이완의 반도체 생산이 균형을 이룰 때 타이완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타이완에 '만약 당신들이 (반도체 생산의) 95%를 차지하고 있으면 어떻게 우리가 당신들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칩을 비행기로 실어 보내겠나, 배로 실어 보내겠나' 하고 물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반도체를 반반씩 생산하는 구상 하에서는 "미국이 근본적으로는 타이완에 의존하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NBC는 러트닉의 이와 같은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타이완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쳐 갔다"며 "타이완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TSMC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생산시설 미국 유치 정책에 맞춰 2020년부터 미국 내 투자를 늘려왔고, 올해 3월에는 1천억 달러(약 140조 원)를 추가 투자해 총 1천650억 달러(약 230조 원)까지 투자액을 확대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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