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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첫 재판 "계엄, 국가 발전 차원선 받아들이기 어려워"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9.30 12:20|수정 : 2025.09.30 12:20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로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첫 재판에서 계엄이 국가 발전 차원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한 전 총리는 오늘(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에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계엄 행위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느냐 합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재판부 질의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제가 40년 가까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시장경제, 그리고 국제적인 신용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발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져왔던 사람"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보면 계엄이라는 것은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봤을 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첫 공판은 오늘 오전 10시에 시작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회적·국가적 중대성에 비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되 피고인 사생활의 비밀,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 침해되지 않도록 공판 개시 전에 한정해 녹화 및 촬영을 허용했다"며 "재판 중계는 오늘 공판에 한해 방송사가 아닌 법원과 법원의 위탁을 받은 제3자를 통한 촬영 및 중계를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전 총리는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생년월일과 직업을 묻는 질문에 "1949년 6월 18일, 무직"이라고 답했습니다.

국민참여 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특검팀은 이어진 공소사실 요지 낭독에서 한 전 총리의 혐의를 설명했습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40분 윤석열 전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간 뒤 자리에 함께 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게 됐다며 "피고인은 심의를 거치지 않고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절차상 문제로 장애가 초래될 것을 우려해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하려면 국무회의를 열어 정족수를 맞춰야 한다고 하면서 심의의 절차적 외관 갖출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한 전 총리가 김 전 장관과 함께 국무위원 소집 상황을 점검하며 국무회의 의사 정족수를 채우려 했고, 윤 전 대통령이 오후 10시 16분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선포를 통보하고 약 11분 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대통령의 독단적·자의적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국무총리에게 부여된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피고인은 16분간 단전·단수 이행 방안 등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지시 상황에 관해 논의했고, 피고인과 위와 같은 논의를 거친 이상민 전 장관은 소방청장에 전화해 경찰청의 요청이 오면 언론사 단전·단수를 하라고 말하는 등 관련 조치를 지시하고 점검했다"고도 밝혔습니다.

또한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12월 4일 새벽 1시쯤 국회에서 계엄해제 결의안이 가결된 뒤 즉시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열어야 하지만 이를 지연시켰다고도 밝혔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는 "사실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82조에 따라 국무위원 부서 문서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사전 부서하고 대통령 서명 문건에 따라 선포된 것처럼 문서를 허위 작성한 뒤 이를 부속실에 보관해 행사했다"고도 했습니다.

이후 관련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이 문제 될 것을 우려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연락해 파쇄를 제안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아울러 특검은 "피고인은 2025년 2월 20일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실체를 밝히는 데 중요한 사실관계인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문건을 받았는지 여부와 이상민 전 장관이 비상계엄 문건을 받았는지에 관해 허위 증언해 위증했다"고도 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에 대해 위증 혐의 중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한 부분을 위증했다는 것만 인정한다"며 "나머지 모든 공소사실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위증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문건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이어서 위증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이라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공소사실과 관련해서도 "(특검이 주장한) 구체적 사정이 없거나 피고인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부인한다"며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대통령 기록물인 비상계엄 선포문 폐기에 따른 공용서류 손상 등 모든 것에 대해서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양측 모두진술이 끝난 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질문했고, 한 전 총리는 계엄이 국가 발전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답했습니다.

당초 재판부는 오늘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 TV 영상에 대한 증거 조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CCTV 촬영 장소가 군사상 3급 기밀로 분류돼 있는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재판에서 조사하면 재판 비공개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고 절차를 진행 중이고, 향후 진행될 증인신문에서도 CCTV 영상을 기억 환기용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3급 군사비밀로 지정된 CCTV 영상에 대해 해제 절차를 밟은 뒤 다음 기일부터 공개 절차로 진행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변호인 측은 이에 "피고인 본인과 변호인조차도 (해당 CCTV를) 제대로 보지 못한 상황에서 3급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사받았는데, 이제는 국민적 관심이 있으니까 법정에서 공개한다고 말한다"며 "재판은 어디까지나 공개 재판이 원칙이긴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라는 이유로 여론재판화하는 게 아닌가 우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재판부가 오늘 증인으로 소환한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신문 역시 불발됐습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가족이 중대한 질병으로 진료와 검사를 진행한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히며 "10월 20일 이후로 (조 전 장관을) 소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기일은 10월 13일 오전 10시로 잡았습니다.

2차 공판에서는 오전에 CCTV 서면 증거 조사가 이뤄진 뒤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집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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