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트럼프 종전안에 하마스 일단 신중…팔 자치 정부·아랍권 환영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09.30 10:32|수정 : 2025.09.30 10:32


▲ 공동 기자회견을 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가자지구 평화구상'과 관련해 당장 공식적으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신중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과 관련해 "아직 문서를 못 받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마스 당국자 마흐무드 마르다위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가자 평화구상 실행을 합의했다고 밝힌 직후 알자지라 무바시르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마스의 동의 여부는 평화구상의 마지막 관문이지만, 지도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통치권을 놓고 경쟁해 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PA는 성명을 통해 "가자에서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지하고 굳센 노력을 환영하며, 평화로 가는 길을 찾는 그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평화구상을 이행하기 위해 미국과 지역, 기타 파트너들과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PA는 이번 구상에서 향후 가자 통치기구에서 배제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계획에서 PA가 아닌 자신이 의장을 맡는 평화위원회가 임시 통치기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아랍권이거나 무슬림이 다수인 8개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확실한 지지를 보냈습니다.

이들 국가는 외무장관 명의의 공동성명에서 "미국 대통령의 역할과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한 진심 어린 노력을 환영한다"면서 "협정 마무리와 이행 보장을 위해 미국 및 당사국들과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이들 국가에 트럼프 대통령이 마련한 평화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럽에선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도 환영 대열에 합세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전쟁 종식과 모든 인질 석방 보장에 대한 헌신을 환영한다"면서 "이스라엘이 이런 기반에서 단호히 임할 것을 기대하고, 하마스는 즉시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이 계획을 따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바데풀 독일 외교장관도 기자들에게 트럼프의 계획이 "가자지구에서의 끔찍한 전쟁을 끝낼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고,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성명에서 "모든 당사자가 이 기회를 잡고 계획을 수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위원회에 참여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성명에서 이번 계획이 성사되면 "전쟁을 종식하고 가자에 즉각적인 구호를 제공하며, 주민에게 더 밝고 나은 미래의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절대적이고 지속적인 안보와 모든 인질 석방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하마스 연계 무장조직인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PIJ는 지도자 지아드 알나칼라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발표 내용을 "지역을 폭파시키는 처방"으로 규정했다며 강력 규탄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 20개 항으로 구성된 평화구상을 발표했습니다.

발표된 방안에는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구금자 등을 각각 석방하면서 종전 절차를 시작하며, 하마스는 무장해제를 하고 민간 정부를 수립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하마스 주변에서는 이 계획에 광범위하게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즉각 철수 없이 무장해제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