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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후광'에 엘리슨 오라클 회장 미디어 재벌로 등극 전망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09.29 14:23|수정 : 2025.09.29 14:23


▲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과 그의 아들이 미국에서 루퍼트 머독(94)을 능가하는 미디어 재벌로 등극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엘리슨 회장과 그의 아들인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들어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업 확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래리 엘리슨 회장이 지분 40%를 확보한 오라클은 미중 합의에 따라 세계적 소셜미디어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이 미국 합작법인으로 넘어갈 때 알고리즘 재편을 맡게 됩니다.

오라클이 틱톡 운영의 핵심을 차지하게 된 데에는 래리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의가 반영된 것으로 관측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래리를 '놀라운 인간이자 놀라운 사업가'로 평가하면서, "모든 것을 다 다룰 수 있는 최고경영자"라고 칭찬한 바 있습니다.

래리가 1977년 공동 창업한 오라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인공지능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라클 지분을 비롯한 래리의 자산은 최근 1년간 두 배로 늘어나 520조 원에 달하는데, 이달 한때 블룸버그 억만장자 자산순위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기도 했습니다.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도 할리우드의 콘텐츠 제작사 스카이댄스를 2010년 창업해 올해 파라마운트를 인수하면서 미디어 시장의 거물이 됐습니다.

파라마운트는 영화 제작·배급, TV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뿐 아니라 미국의 유력 방송 CBS까지 지배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는 유력 보도채널인 CNN의 모기업인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까지 인수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급격한 사업 확장은 부친 래리의 지원과 트럼프 대통령의 후광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와 합병할 때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 필요했는데, 트럼프의 충성파로 여겨지는 브렌던 카 위원장이 현재 연방통신위원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추가 인수합병에 필요한 반독점·경쟁 심사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BBC는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두고 "머독을 제치고 새로운 왕가가 미국 미디어를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진보 진영에서는 엘리슨 가문이 트럼프와의 밀착 속에 강행하는 초고속 사업 확장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슨 부자를 통해 정부에 대한 언론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미디어 감시단체인 페어 (FAIR: Fairness & Accuracy In Reporting)는 "엘리슨 듀오가 틱톡 같은 유력 소셜미디어를 통제할 뿐만 아니라 CBS와 CNN을 장악하면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페어는 엘리슨 부자와 트럼프 정권의 밀착을 고려할 때 사업 확장의 주된 목적이 민주주의 위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우려하며 워너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의 합병을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와 합병할 때 FCC 승인을 얻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게 있는지 뇌물수수 방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지난달 시작한 바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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