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중단됐던 우체국 금융 서비스와 우편 서비스 일부가 운영을 재개한 가운데 29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시민들이 우편물을 접수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첫 평일인 오늘(29일)에도 여전히 행정정보시스템 대부분이 복구되지 않으면서 정부부처가 큰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결재 서류를 '수기'로 작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출장이나 근무 기록 역시 일일이 손으로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국민들은 각종 민원이나 증명서 등을 디지털로 발급받지 못해 시·군·구청이나 주민센터로 직접 방문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화재의 주무 부처로서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 기준 행안부 소관 시스템 19개가 복구됐으며, 이 가운데에는 모바일신분증(발급 제외), 정부24, 공공서비스통합관리시스템, 주민등록시스템, 문서유통시스템, 행정전자서명인증센터 등이 포함됩니다.
다만 온나라시스템 등 내부 업무망은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행안부는 업무연속성계획(BCP)에 따라 공무원들에게 연계시스템이나 공직메일 등을 활용하라는 업무 매뉴얼을 배포했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에게 배포하는 매뉴얼은 주말부터 순차적으로 안내·업데이트하고 있으며, 가동 중인 대체 시스템이나 상용 메신저 등을 통해 전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화재로 멈췄던 전체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복구가 완료된 건 정부24와 우체국금융서비스 등 55개입니다.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공직자통합메일망'도 복구됨에 따라 일단은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정부 업무포털 온나라시스템의 마비로 내부 정책 방향 결정에서부터 업무에 필요한 물품·서비스 구매, 인허가 등에 업무 전반에 걸친 결재에 지장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부처들은 전산망 밖에서 수기로 문서 대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이나마 긴요한 문서부터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부의 경우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대표단이 언제든 미국에 긴급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행정적 근거를 남기고 항공권과 호텔비 등을 지출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출장 결제는 원래 전자 결제를 통해 이뤄지는데 현재 되고 있지 않아 수기로 기록을 우선 남겨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부가 매달 1일 관세청에서 넘겨받은 원자료를 가공해 발표하는 주요 경제 지표인 월간 수출입 통계가 제때 발표될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4월에 관세청 데이터는 대전에서 광주로 이전을 완료해 매달 1일 수출입 통계 작성과 발표에는 문제가 없을 걸로 본다"면서도 "정부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곳곳에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계속 체크해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토지대장 등 민원서류 8종을 온라인 발급·열람하는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등 4개 시스템이 여전히 불통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면 시군구청과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해 오늘 오전부터 일선 관청에 민원인들이 몰려 혼잡이 예상됩니다.
이번 화재로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와 화물운송실적관리시스템도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추석을 앞두고 '물류 대란'과 같은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국토부는 전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는 물류 관련 주요 통계와 현황을 주기적으로 제공·갱신하는 시스템으로 민간 물류사의 택배 처리 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화물운송실적관리시스템은 운송사가 운송 실적을 매년 제출하는 시스템으로 이번 장애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홈페이지에 '국민신문고·정보공개포털 서비스 중단 안내'를 공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산망 복구 전까지는 청구 양식에 따라 전자우편 또는 우편으로 제출토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27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입주한 시스템인 기업지원플러스(G4B) 운영의 장애를 확인하고, 중기부 홈페이지에 기업지원플러스 대체 사이트를 안내하고 불편신고 창구를 운영하는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한편, 중기부는 대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추석 자금 대출 업무를 최우선 지원하기로 하고 관련 기관들과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습니다.
오프라인 서류 접수를 확대키로 하면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신용보증재단중앙회·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 정책 금융 관련 기관들도 서류 처리 업무를 최대한 확보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신청 서류를 간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정책 자금 대출이나 계약에 따른 마감이 임박한 신청 분야는 우선 필수 서류만 제출하게 하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증빙 서류는 추후 제출하는 방식으로 보완토록 할 방침입니다.
국가재정정보시스템(디브레인·dBrain+),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 등 재정 관련 정부 시스템은 대부분 복구돼 정상 운용 중입니다.
디브레인, 열린재정, e나라재산, 국세외수입 포털 등 주요 대국민 서비스가 전날 오후 4시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디브레인이 복구되면서 은행앱·가상계좌 등을 통한 국세 납부도 가능해졌습니다.
아직 접속이 어려운 기재부 대국민 홈페이지 등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협조해 이른 시일 내에 복구할 계획입니다.
해양수산부는 1등급인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을 지난 27일 오전 예비 시스템을 가동해 복구했습니다.
2등급인 해양안전종합정보시스템은 지난 28일 오후 복구해 정상 운영 중입니다.
해수부 웹사이트는 아직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해수부는 웹사이트 대신 정보 전달 창구로 공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익직불금이나 바우처 업무의 신규 등록 등 일부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다른 부처들과 마찬가지로 업무 포털이 열리지 않아 문서, 일정, 회의자료 공유와 전달에 일부 불편이 있으며 내부 소통을 위한 메신저도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 소관 1·2등급 행정정보시스템 19개 중 홈페이지, 업무포털 등 5개 행정정보시스템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홈페이지 안에서 운영되는 옴부즈만, 원자력 방사선 비리 제보 창구 등을 제외하면 정상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화재 직후 원안위는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운영에는 이상 없음을 확인했으며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nsic.nssc.go.kr) 홈페이지를 통해 원자력 시설별 운영현황, 국가 환경방사선 감시정보 및 해양 환경 방사능 감시정보 등 원자력·방사선 안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신문고 시스템 장애가 지속됨에 따라 소관 분야 신청에 대해서는 식약처 누리집 '식의약 국민신문고', 팩스, 서신, 방문 등 대체 창구를 개설해 운영키로 했습니다.
식약처는 기존에 신청한 건은 시스템 복구 전에는 확인이 어렵다며 신속 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재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주항공청은 우주청 홈페이지와 업무포털 서버가 국정자원의 대구센터에 있어 화재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 작동 중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번 화재 여파로 개인정보위 대표 홈페이지와 개인정보 포털,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 등 7개 누리집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주말 사이 출입 시스템은 개통해 출근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내부 업무망이 100% 복구되지 않아 업무가 제대로 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수준 평가 자료 제출 기한(30일)도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로 근태 관리와 초과 근무 수당 지급을 위한 출퇴근 시간 관리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원래 초과근무 때 신분증을 청사 입구에 설치된 카드 인식기에 접촉하는 방식으로 출퇴근 시간 기록을 남깁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주말에 출근해 일을 하려고 사무실에 나와보니 초과 근무 시간을 적도록 하는 장부가 만들어 비치되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