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5%p 떨어져 55%...한국갤럽 조사에서 최저치
매주 금요일마다 나오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주 60%에서 5%포인트 떨어져 55%를 기록했습니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4%로 전주보다 3%포인트 올랐고, '의견 유보'는 11%로 집계됐습니다.
이 조사는 이번 주 화요일인 23일부터 어제 25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조사원의 전화를 받은 응답자가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기계의 안내음에 따라 응답하는 자동응답방식(ARS)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적거나 없는 층, 정치적 중도층의 의견까지 담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 "조희대 사퇴 압박 등 여당 주도 사안이 대통령 평가에 반영"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기록한 지지율 55%는 이 대통령 취임 후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비슷한 수치가 8월 중순에 나온 56%였는데,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 등에 대한 광복절 특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반영되던 때였습니다. 한국갤럽은 이번 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진실 공방, 내란 재판부 변경 등 여당 주도 사안들이 대통령 평가에도 반영된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여당이 최근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압박과 공세를 가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부정 평가 이유를 주관식으로 물은 결과를 살펴봤습니다.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독재/독단'이 11%를 차지했고, '대법원장 사퇴 압박/사법부 흔들기'가 5%를 기록했습니다. 독재/독단 11%는 지난주에 비해 3%포인트 상승한 수치이고, 대법원장 사퇴 압박은 이번 주에 새로 등장한 부정 평가 이유입니다.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그 사유로 꼽은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 5%포인트 하락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여당 주도의 강공 드라이브가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한국갤럽은 분석한 것입니다.
민주당 지지율도 3%p 하락해 38%..역시 한국갤럽 조사 최저치
그럼, 정당 지지율은 어떨까요? 더불어민주당이 38%, 국민의힘이 24%를 기록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조사 대비 3%p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민주당이 기록한 지지율 38%도 이 대통령 취임 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나온 결과 중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늘어난 것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연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청래 대표 평가 43% 대 44%...무당층에서는 부정 평가가 2배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정청래 대표가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 43%, '잘못하고 있다' 44%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응답자를 좀 더 세분해서 봤습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한 응답자들은 '잘하고 있다' 23%, '잘못하고 있다' 47%였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라고 한 응답자들은 '잘하고 있다' 44%, '잘못하고 있다' 42%로 나타났습니다. 중도층의 응답 양상은 전체 응답과 거의 비슷했지만,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無堂)층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2배가량 됐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무당층은 응답자의 30%였습니다. 현재 정치 상황에서 지지할 만한 정당을 찾지 못하겠다고 한 국민들 가운데 정청래 대표의 역할 수행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많다는 점은, 민주당으로서는 지지층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친명계 중진, 법사위의 '조희대 청문회' 드라이브 비판
한국갤럽은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의 강경 드라이브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런 시각이 확산되면 될수록, 그리고 이런 지지율 추이가 계속되면 될수록 여권 내부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친명(친이재명)계 중진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어제 발언이 그 도화선으로 보입니다. 원조 친명 그룹 '7인회'의 멤버인 김영진 의원은 어제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 법사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추진을 "약간 급발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를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청문회 개최의 근거로 제시된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등 '4인 회동 의혹'과 관련해서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청문회를 여는 것 자체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청문회를 열어서 추가적으로 사실을 확인하자고 할 만큼, 관련 의혹이 근거 있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영진 의원의 발언 가운데 주목할 대목은 국회 법사위와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에 대한 지적입니다. 법사위를 겨냥해서는 "마치 모든 정치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절제되고 조정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추미애 의원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이른바 '추나 대전'에 대해서는 "1차 추미애-윤석열 대전, 2차 추미애-한동훈 대전에 이은 3차 대전인데, 그동안 전쟁의 결과가 적절하거나 좋았던 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추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집권 여당의 입장에서는 썩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의 "여당이 더 많이 양보" 주문 통하지 않아
여당에 대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도 궤를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우 의장은 어제 S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여당은 여당답게, 여당의 태도를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절제가 가진 미덕이 크다"고 했습니다. "문을 좀 열고 야당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여야 지도부와 점심을 같이한 자리에서 여당의 양보를 부탁했습니다.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 특히 여야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야당이 먼저 제안하고 여당이 응답해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는 성과가 되고 여당에는 국정 성공이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여야의 틀을 넘어서 국민과 나라 전체를 봐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한 주문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여당이 국정 전체의 관점에서 야당에 양보한 일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민주당 주도의 국회 법사위와 추미애 위원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당 내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만, 정청래 대표는 법사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24일 당 법사위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소개하며 법사위의 강공에 가세했습니다. "불의한 대통령들을 다 쫓아냈다.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 정 대표의 이런 발언이 지지층을 열광하게 할지 모르지만, 민주당에 기대를 갖고 우호적으로 보는 국민들 가운데서는 '그렇게까지 거칠게 표현할 게 뭐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불만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질 법합니다. 하지만 정청래, 추미매 의원을 비롯한 당 내 강경파의 '마이 웨이'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