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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외국인 규제 '떼창'에 본질은 실종?...일본의 운명과 한일 관계의 전망은 [스프]

김혜영 기자

입력 : 2025.09.27 09:07|수정 : 2025.09.27 09:07

[딥빽]


딥빽
양강 구도: '최연소 총리' 고이즈미? vs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일본 이시바 총리에 이어서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 자민당을 이끌어갈 새 총재를 뽑는 선거가 오는 10월 4일 열립니다. 현재 5파전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최연소 총리'에 도전하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첫 여성 총리'를 노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의 양강 구도 양상입니다.

일본은 지금 어떤 후보가 자민당 총재가 될지, 더 나아가 일본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후보들의 공약과 발언들을 보면 예전의 자민당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이 포착이 된다,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5파전 라인업: 고이즈미·다카이치·하야시·모테기·고바야시
우선 후보들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고이즈미 신지로 후보. 5년 넘게 집권을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죠. 이 가문의 역사는요. 언제부터 시작이 되느냐 하면 아버지에서부터 시작이 된 게 아니라, 아버지의 할아버지이자 중의원 부의장을 지낸 마타지로에서 시작이 됩니다. 정치계의 대표적인 '금수저'라고 할 수 있죠. 1981년 가나가와현 출생인데요. 일본 칸토가쿠인 대학을 졸업한 뒤에 2006년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수료를 하고 미국 CSIS 연구원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당시 이른바 '재팬 핸들러', 미일 관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내 일본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교류를 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에서 일을 한 뒤에 일본으로 돌아온 이후 2007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중의원 비서로, 그러니까 자신의 아버지의 비서로 일을 하기 시작을 했고요. 그리고 2009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현재 6선 의원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환경상에 이어서 농림수산상을 현재 맡고 있습니다.

지금 또 다른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 바로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죠. 1961년 나라현 출생인데요. 강경 보수 성향을 보여왔던 인사입니다. 고이즈미 후보처럼 유력 정치 가문 출신은 아닙니다. 어머니는 나라현의 경찰관이었고요. 아버지는 도요타 계열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베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을 다수 배출한 걸로 유명한 마쓰시타 정경숙에 입학을 했습니다. 이 기간 1년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당시 콜로라도주 연방 민주당 하원 의원이던 패트리샤 슈로더 의원실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그리고 1993년 무소속으로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이 됐고, 96년 자민당에 입당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베 전 총리의 큰 신임을 받았는데, 아베 전 총리는요. 다카이치를 전면적으로 지원한다, 이렇게 선언을 한 바가 있습니다.

다음은 하야시 요시마사입니다. 워낙 많은 정부 요직을 맡았던 인물이어서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현재는 이시바 내각의 관방장관인데,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외무상을 비롯해서 여러 당 지도부와 또 정부 직책을 역임한 베테랑 정치인으로 평가가 되는 인물입니다. 

다음은 모테기 도시미쓰입니다. 전 자민당 간사장인데요. 모테기도 외무상이었죠. 제2기 아베 내각에서는 경제산업상으로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무역 협상을 담당하는 등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가 됩니다.

다음은 고바야시 다카유키입니다. 고바야시는 전 경제안보담당상이었고요. 물론 고이즈미에 비해서는 나이가 많긴 합니다만, 만 50세로 후보들 중에서는 젊은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세대를 굉장히 강조하면서 자신이 젊은 후보로서 자민당을 끌고 나가겠다, 이러한 목소리를 내는 인물입니다.


여론조사와 판세: 일반 국민 vs 자민당 지지층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시면요. 고이즈미와 다카이치 두 후보가 유력해 보입니다.

마이니치신문에서 진행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요. 다카이치 후보가 25%로 1위, 그리고 고이즈미 후보가 21%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하야시 후보가 3위, 모테기 후보가 4위, 그리고 고바야시 후보가 5위로 그 뒤를 따랐는데요.

그런데 자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고이즈미 후보가 다카이치 후보를 크게 앞서는 모습입니다. 고이즈미 후보가 40%로 1위, 다카이치 후보가 22%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선거 방식과 결선 구조: ‘당원 참가형’ 1:1, 결선은 의원 중심
선거 방식에 따라서 유불리가 달라지기도 하죠. 일단 이번에는요. 10월 4일 투표를 통해서 새 총재가 선출이 되는데요. 이른바 '당원 참가형'이라는 형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어떻게 하는 거냐 하면요. 당내 여론을 폭넓게 수렴을 하기 위해서 채택이 된 방식인데요. 각각 의원과 당원·당우 투표가 1:1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이 295명이거든요. 그래서 당원(당비를 납부를 한 일본 국적자)과 당우(자민당 후원 정치 단체 회원) 표도 국회의원 표와 동일하게 환산이 되어서 295표가 됩니다. 그래서 합산을 해서 과반이 나오면 선거가 끝나고요. 과반이 나오지가 않으면 상위에 있는 두 명이 최종 결선 투표로 가게 됩니다.

결선 투표는 자민당 의원 295표, 그리고 47개 도도부현 지부 각 1표씩, 이렇게 총 342표를 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결선 투표는 의원들의 투표가 1차 때보다 더 영향력이 큽니다.


이시바의 선택은? "1년간 함께 땀 흘린 사람"
참고로, 이시바 현 총리는 직접적으로 후계를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만, "지난 1년간 함께 땀 흘리고 눈물을 나눈 분이 많은 지지를 얻기를 개인적으로 바란다"라고 넌지시 말했거든요. 참고로 이시바 내각에 참여한 인물은 하야시 후보와 고이즈미 후보 두 명인데, 1년간이라고 했으니 사실상 하야시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걸로 해석이 됩니다.


결선 시나리오 │ 하야시 표의 향배가 변수?
그런데 고이즈미와 다카이치, 이 두 사람만 결선에 올라간다면? 하야시 후보를 지지한 의원들은 이시바 내각에서 함께 고생했던 고이즈미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이런 분석도 나옵니다. 하야시 후보가 의원들에게는 다카이치 후보보다 더 지지를 얻는 것 같다, 이런 조사 결과도 실제로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지지통신이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을 상대로 총재 선거 후보 지지 의향을 조사했더니, 고이즈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원이 20%를 넘어 가장 많았습니다. 자민당 국회의원 295명 가운데 60∼70명 정도가 고이즈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한 반면, 다카이치 후보는 지지 의원이 40명에 가까웠는데, 이는 하야시 후보 지지 의원 50여 명보다도 더 적은 규모였습니다.


파벌의 잔영 │ 공식 해산 뒤에도 작동하는 '구파벌'
참고로 파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일본 정계에 파벌이라는 게 존재해 왔죠.

작년 자민당에서 발생한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요. 자민당은 이런 논리를 폈습니다. 각 파벌이 당과 별개의 조직을 갖추고 정치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정치 자금에 문제가 생긴 건 파벌의 책임이지  자민당의 책임이 아니다, 이런 논리로 책임을 회피했거든요. 실제 이 사건은 워낙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자민당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을 정도의 큰 사건이었지만, 아소 전 총리가 이끄는 파벌을 제외한 나머지 파벌이 전부 다 해산하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가 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총재 선거에서도 특히 결선 투표에서 파벌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참고로 고이즈미 후보도 그렇고 다카이치 후보도 그렇고, 현재는 파벌에 소속이 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지공회(아소파)를 제외하면 공식적으로는 파벌이 모두 해체가 됐기 때문에 파벌에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여전히 구 파벌들의 세력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물밑에서 보면 4곳이 넘는 구 파벌들이 고이즈미 신지로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다카이치 후보의 경우는 더 적은 파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왜 총리는 자민당 총재인가 │ 여소야대 속 관례는 지속될까?
자민당 총재는 자민당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뽑습니다. 의원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보통 다수당 대표, 특히 이제 중의원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죠. 현재 제1당은 자민당입니다. 그동안에는 집권당인 자민당의 총재가 총리가 되는 게 관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소야대 구도입니다. 그래서 혹시 이게 변수가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새로운 자민당 총재가 아닌 야권의 후보가 총리가 될 수 있는 건 아닌가, 궁금하신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야당이 사실상 분열 상태여서 한 명의 후보를 몰아줄 가능성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가 관례대로 그대로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석이 대체적입니다.
 
양기호 |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입헌민주당, 일본공산당, 참정당, 일본유신회 또는 국민민주당에 이르기까지 이 다양한 색깔의 정당이 하나의 후보로 통합된다라는 것은 현 상태로서는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현재 연립 정권에다가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 둘 중에 하나의 정당이 추가되면서 3개의 정당이 연립 여당을 구성하는 그런 쪽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PDF 파일로 공약지를 볼 수가 있는데요. 물론 공약지 하나가 모든 정책의 방향성을 담보한다라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 부분을 분석을 해봤는데요.


핵심 어젠다는 경제 │ 5인 공약문서 비교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요. 5명의 후보자 모두 경제 관련 내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특히 자민당 재건을 가장 먼저 앞세운 모테기 후보를 제외하고는 전부 1번 공약으로 경제 분야를 삼을 만큼 중요하게 다뤘는데요.

경제 부분에 있어서 물론 중요하게 다루기는 했습니다만, 고이즈미 후보 같은 경우는 좀 구체성이 떨어져 보이는, 가령 이제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정책을 취하겠다, 특히 '고물가 대책에서는 여러 제안이 있으므로 모든 선택 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정당 간의 협의를 진행하겠다', 이렇게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을 했는데요.

반면 다카이치 후보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우면서 '교부금 확충'이라든지, 그리고 '급여세액공제' 등 공약지에서부터 좀 적극 재정을 강조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1차 자료로서의 의미는 있습니다만, 구체성이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좀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서 토론회에서나 기자들과의 어떤 대담에서 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나 그리고 이제 기자회견이라든지 이런 곳에서조차 엄청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진짜 어떤 정책을 취하려 한다라는 것이 아주 명확하게 보인다라는 평가를 사실 일본 언론에서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후보는 물가 상승 대책 등의 재원으로서 적자 국채 발행에 대해서 언급을 했는데요.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것에 따라서 이 국채 가격이 떨어지는 게 우려된다, 이런 우려들이 제기가 되는 데 대해서 "국채는 9할 이상을 국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서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고이즈미 후보는 앞으로 이제 5년 뒤인 2030년까지 연간 100만 엔의 임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즉 우리 돈으로 하면 941만 원의 임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러한 정책을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적극 지원을 하겠다, 뭐 이런 이야기들도 했습니다.

후보들이 이렇게 경제 정책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게요. 지금 일본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진행이 된 아사히의 여론조사에 따르면요. '새 총재에게 가장 우선해서 다뤄주길 바라는 주제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물가 상승이 4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급부상한 '외국인 규제' │ 하야시 제외 4인의 공통 키워드
이번 선거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바로 외국인 규제 정책을 적극 내세우는 점도 눈에 띕니다. 하야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공약지에서조차 외국인 규제에 관한 공약을 담았습니다.

고이즈미 후보와 다카이치 후보는 모두 외국인 문제에 관해서 사령탑을 강화하겠다, 이러한 공약을 내걸었고요. 특히 외국인의 토지 취득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또 모테기 후보는 '불법 외국인 제로'를 목표로 하겠다고 했고요. 고바야시 후보도 외국인의 주택용 토지 취득 규제, 그리고 엄격한 출입국 관리 등 구체적인 외국인 규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사슴' 발언 논란 │ 다카이치의 선동과 팩트 체크
그리고 지난 22일에 있었던 소견 발표 연설회에서도요. 하야시 후보를 제외한 후보 4명이 모두 외국인 규제 정책을 거론을 했습니다. 특히 다카이치 후보는 연설 시간의 절반가량을 외국인 정책에 할애했을 만큼 외국인 문제에 강경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외국인이 나라시 나라공원의 사슴을 발로 차기도 한다"면서 반외국인 정서를 강하게 자극하기도 했는데요. 처음에는 이렇게 갑자기 사슴이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릅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 자민당 총재 후보
다카마도(나라의 지명)의 가을 들판 자욱한 안개 속에 아내를 부르며 우는 수사슴…

그러더니 갑자기 이런 주장을 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 자민당 총재 후보
나라의 사슴을 발로 걷어차는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관광 와서 일본인이 아끼는 것을 일부러 해치려는 사람이 있다면 해도 너무한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참고로 이 발언에 대해서 나라공원 관계자는 뭐라고 했냐면요. 다카이치 후보가 문제 삼은 걸로 보이는 SNS 영상 속 해당 인물이 외국인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고, 과거 나라공원에서 사슴이 살상된 사건이 2건이 있었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본인 남성이었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참정당의 그림자 │ '일본인 퍼스트' 벤치마킹
그렇다면 후보들은 왜 이렇게 이번 선거에서 반외국인 정서를 부각하고 있는 걸까요? 예전에 저희가 제작했던 일본 참정당의 부상에 대한 글을 보셨다면 아마 짐작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른바 '일본인 퍼스트' 슬로건을 내건 극우 정당 참정당이 돌풍을 일으켰죠.

외국인 문제를 강하게 앞세우면서 범죄의 증가와 또 물가 상승의 원인을 외국인에게 돌렸던 참정당의 전략이 일본의 어떤 사회 경제적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많은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했다, 이런 평가가 나왔거든요. 이런 참정당의 전략을 후보들이 말하자면 벤치마킹을 해서 당원들의 마음도 끌어오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후보들이 작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는 이러한 외국인 규제 정책이 전혀 공약에 담겨 있지 않았거든요.

호세이 대학의 시라토리 히로시 교수는 앞서 언급한 다카이치 후보의 '외국인이 사슴을 폭행했다' 이런 발언을 두고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참정당에 편승하고 있는 느낌이다"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야당에 손내밀기 │ 연정 확대·정책별 협력 '러브콜'
그리고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요. 여소야대인 현 일본 정치 상황을 고려해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이례적으로 야당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모습이 있다는 점입니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요. "야당 협력을 얻지 못하면 법안도 예산안도 통과가 되지 못한다"라고 하면서 "야당과의 협력은 이번 총재 선거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요미우리신문에 밝힌 바가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또 "출마 후보들이 연정 확대나 또 정책별 협력을 염두에 두고 야당에 추파를 보낸다"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5명의 후보자들 모두 이른바 '가솔린 잠정세율 폐지'를 내세웠습니다. 이 가솔린 잠정세율 폐지 법안은요.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그리고 국민민주당 등 7개 야당이 오랫동안 주장을 해온 안으로, 올해 정기국회에 공동 제출한 바가 있습니다. 참의원에서는 여당이 당시에 과반 의석을 보유했기 때문에 지난 6월 22일에 해당 안이 폐기가 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입장을 바꾼 겁니다.

고이즈미 후보, 다카이치 후보 그리고 고바야시 후보는 본인의 공약지에 해당 내용도 각각 포함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맥락의 사안은 또 있습니다. 이른바 '연봉의 벽' 문제를 철폐하는 부분 역시 야당인 국민민주당이 요구하는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특히 고이즈미 후보와 다카이치 후보가 이에 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봉의 벽'
: 연 소득 103만 엔 넘으면 소득세 부과되는 등 납세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역설적 상황을 일컫는 말

후보자들이 직접 야당과의 협력을 언급하는 부분도 눈에 띕니다.

고이즈미 후보는 지난 21일 연정 확대와 관련해서 나는 "그쪽이(연정 확대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했고요.

다카이치 후보는 "기본 정책이 합치하는 야당과 가능하면 연립을 짜는 것까지 생각하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연정 확대를 추구하는 발언들을 보시면 후보자들이 온건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유력 후보 둘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했고요.

특히 다카이치 후보는 2022년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발하는 한국과 중국을 겨냥해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 거다"라고 발언을 했거든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있는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인데, 그에 더해서 자신들이 우위에 있고 한국과 중국은 아래에 있다라는 인식까지 드러낸 것이죠. 당연히 문제가 있는 발언입니다.


대외안보 공약과 한일관계의 전망은?
그렇다면 이들이 자민당 총재, 나아가 일본 총리가 되면 각각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고이즈미 후보와 다카이치 후보 모두 자신들의 공약지에 한국을 거론을 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거론이 된 거냐 하면 안보 협력에서 거론이 되었거든요.

고이즈미 후보는요. 미일을 바탕으로 다양한 동맹국을 확대하겠다, 특히 한미일 틀을 강화해 나가겠다, 이렇게 강조를 했고요. 그리고 인도를 포함한 QUAD, 그리고 G7 등 동맹국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강조를 했고요.

다카이치 후보 같은 경우도 이렇게 썼습니다. 미국·한국과 방위 협력을 해나가겠다, 그리고 영국·이탈리아·호주 등과도 협력을 하겠다, 이렇게 강조를 했거든요.

두 후보 모두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협력해 나가겠다, 이런 입장도 내비치기는 했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한일 관계라는 것이 항상 가장 큰 변수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과거사 문제죠. 다카이치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강경한, 그리고 무모해 보이는 발언까지 하기는 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두 후보 모두 이러한 수정주의적 역사 인식을 계속해서 보인다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하나의 큰 변수로 한일 관계에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만약 고이즈미 후보가 총재로 선출된다면 이시바 총리가 가꿔온 실용적·셔틀외교 중심의 노선을 상당 부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대체적인 반면, 다카이치 후보는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부터 "한국이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부적절한 정보를 발신하고 있다", 또 한국이 독도에 "더는 구조물을 만들지 않게 하겠다", 이렇게 한국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상식 밖의 억지 주장을 해온 만큼, 이런 핵심 문제들에 있어서 한일간 대립이 심화될 수 있어 보입니다. 
 
양기호 |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다카이치 후보의) 한국, 중국에 대한 어떤 굉장히 공격적인 발언들, 그리고 지속적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런 것들은 이제 한국,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갈등도 야기할 수 있거든요. (중략) (여러 정당이 말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중략) 실제로 정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략) 4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재일교포가 그런 점에서는 (중략) 일본 내에서 새로운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점도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라고 봅니다.



"마지막 총재선거 될 수도"│고바야시 후보가 꺼낸 '위기의 고백'
그런데요. 이번에 저희가 자료 조사를 하면서 좀 인상이 깊었던 한 후보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었냐면요. 바로 고바야시 후보가 이런 말을 했어요. "이번 총재 선거, 마지막 (자민당) 총재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라고 발언을 했거든요.

앞서 저희가 공약을 쭉 보여드렸는데요. 과연 이 공약들을 보고 자민당원·자민당우, 이런 자민당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 국민들이 그동안 싸늘해졌던 그 민심을 과연 바꿀지, 자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과연 이 후보들이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자민당이 싸늘한 민심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장기적인 경제 침체인데요. 앞서 보여드린 공약만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 일본의 많은 언론과 또 전문가들도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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