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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고속도로 터널 사고 576건…"비상주차대 등 예방 시설 확충해야"

이태권 기자

입력 : 2025.09.26 09:40|수정 : 2025.09.26 09:40


▲ 2020년 사망 5명·부상 43명 피해 낸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사고 장면

최근 5년 사이 전국 고속도로 터널에서 연간 100건 넘는 교통사고가 발생해 총 400여 명이 숨지거나 다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터널 내에서 사고가 나면 큰 피해를 내는 연쇄 추돌이나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비상주차대 등 예방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2024년 고속도로 터널에서 교통사고 576건이 발생했습니다.

사상자는 사망 55명, 부상 349명 등 총 404명이었습니다.

연도별로는 2020년 137건(사망 14명, 부상 97명)에서 2021년 109건(사망 14명, 부상 68명), 2022년 96건(사망 13명, 부상 44명), 2023년 94건(사망 9명, 부상 54명)으로 줄다가 지난해 140건(사망 5명, 부상 86건)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61건이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원인으로는 '전방 주시 태만'이 27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졸음운전 109건, 과속 40건, 안전거리 미확보가 39건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타이어 파손, 제동장치 고장 등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도 30건 발생했습니다.

터널 사고 중 3대 이상의 차량이 연달아 충돌하는 다중추돌 사고는 233건으로 40.5%를 차지했습니다.

3∼4대 추돌이 215건으로 가장 많았고, 5∼9대 추돌이 49건 있었습니다.

10∼14대 및 20대 이상 연쇄 추돌 사고도 2020년과 올해 1건씩 발생했습니다.

앞선 교통사고를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2차 사고도 5년간 20건 있었습니다.

고속도로 터널 교통사고 발생 상위 10개 터널(2020∼2025년 8월)
이처럼 터널 내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김희정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국토교통부 '도로터널 방재·환기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터널 내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방재 등급이 2등급 이상인 터널에는 비상주차대를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지침에는 '일방향 3차로 이상의 터널에는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어 현재 방재 2등급 이상 터널 246곳 중 비상주차대를 갖춘 곳은 57곳(23.2%)뿐입니다.

또 터널 내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미끄럼 방지 홈'(그루빙) 포장의 경우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구간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국 1천171곳 고속도로 터널 중 그루빙 포장이 설치된 터널은 421곳(36%)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2020년 이후 교통사고가 가장 잦은 10개 터널 중 그루빙 포장이 된 터널은 양지터널, 둔내터널, 죽령터널, 문경새재터널 등 4곳에 그쳤습니다.

문경2터널의 경우 19건의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고, 상주터널에서는 16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는데도 그루빙 포장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김희정 의원은 "고속도로 터널은 폐쇄된 공간으로 시야 확보가 제한적이기에 사고 발생 시 연쇄 추돌 또는 2차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 없는 만큼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터널 중심으로 비상주차대, 그루빙 포장 등 예방시설을 조속히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김희정 의원실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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